엊그제 영화 네 편을 봤다. 한번 영화를 보러 가면 보고 싶었던 영화를 몰아서 보고 오곤 했다. 이번에도 역시 타이밍 좋게 보고 싶은 영화가 많이 개봉해서 네 편을 보게 되었다. 소울, 북스 마트, 세 자매, 캐럴까지. 영화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었고,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소울, 북스 마트를 볼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매우 매우 좋았다. 오랜만에 관크없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할 정도로. 물론 중간중간 소울을 볼 때 아주머니가 소리를 지르긴 했는데, 참을만했다.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았다. 하지만 세 자매를 볼 때 나의 분노는 시작되었다.
세 자매라는 영화는 영화 개봉 전부터 매우 기대를 하고 있던 작품이었다. 김선영이라는 배우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그 배우가 나온다는 소식 하나만으로 이미 기대에 가득 차 있던. 이 영화는 개봉하면 내용과 상관없이 무조건 보러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런 영화. 사실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괜히 봤나 싶을 정도로 조금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뭐랄까, 내가 겪고, 내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슬프다 보다는 아팠다. 그런데 이렇게 보고 싶었던 영화고, 오랜만에 관크가 없다고 좋아했던 나에게 조금 불편한 일이 일어났다.
소울을 보고, 곧바로 북스 마트를 봤었는지, 커피를 마시고 북스 마트를 보고, 세 자매를 연달아 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화 보던 중간에 40분의 시간 텀이 있어서 커피를 마셨고, 세 번째 영화로 세 자매를 봤다. 앞의 영화도 만족스러웠고, 뒤의 영화를 잔뜩 기대하고 있어서 상당히 설레 있는 상태로 상영관에 들어가 앉았다.
요즘 상영관은 한자리 띄우고 한자리 앉는 식으로 다 띄엄띄엄 떨어져 앉는다. 그리고 보통은 다른 사람들 근처에 자리를 잘 잡지 않는다. 서로 배려를 하는 셈이다. 상영관은 매우 넓었고, 영화를 보러 온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 말인즉슨, 자리가 엄청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예매할 때부터 혹시 사람이 많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오른쪽 구석진 자리를 택했다. 보통은 사람들이 잘 예매하지 않는 자리였다. 분명 입관하기 전까지 아무도 없었던 것 같은데, 그 많고 많은 자리 중에 하필 내 옆 자리를 예매한 아주머니가 있었다. 자리에 앉아 있는데 굳이 내 옆의 벽 쪽 자리에 앉더라. 조금 의아했다. 표는 들고 있지 않은 듯했고, 상영관이 꽉 찼나 두리번거렸지만 굳이 구석에 예매 한 사람은 내 앞에 한 사람뿐이었고, 당연히 상영관은 텅텅 비어있었다.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굳이 하고많은 자리 중에 저길? 할 정도로 구석진 자리였다. 나는 워낙 타인과 함께 앉는 게 불편해 좀 구석진 자리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벽 쪽으로는 잘 선택하지 않는다. 스크린을 완전히 다 보기는 힘이 드는 자리여서. 조금 찝찝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잠시 후부터였다. 광고가 길어 나도 일찍 들어간 건 아니었는데, 광고가 끝나갈 때쯤 들어온 여자는 자리에 앉자마자 부스럭 대기 시작했다. 곧이어 상상하지 못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김밥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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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냄새. 그냥 김밥도 아니고, 편의점 김밥 그 특유의 쉰? 내가 나기 시작했다. 부스럭부스럭 그 김밥 말은 비닐 소리와 함께. 사실 지금 코로나 때문에 상영관 내에 음료를 제외한 음식물은 섭취가 불가능하다. 가능하다고 했더라도 김밥처럼 냄새가 많이 나는 음식은 원래 섭취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김밥이라니!!!!!!!!!!!!
상영관 내에서 음식 섭취를 할 수 없는 상당히 예민한 시기에 음식을 섭취하는데 팝콘도 화가 났을 텐데 김밥이라니! 저걸 상영관에서 먹겠다고 가방에 숨겨 직원 몰래 가지고 들어와 굳이 구석자리를 택해서 그걸 먹고 있네. 냄새는 진동을 하고, 마스크는 벗을 수 없고 환기가 잘 안 되는 영화관 특성상 냄새가 쉽게 빠져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 오래 머문다. 영화를 상영하는 동안은 문도 닫아 두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데 김밥.........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한숨을 쉬고, 짜증을 내고. 들으란 듯이 얘기를 해도, 아주 꿋꿋하게 김밥을 잡수시더라. 한참을 먹더니 정말 매너라고는 1도 모르는지, 비닐을 욱여넣는데 소리가 상당히 거슬렸다. 영화 상영하고 10분이 넘게 먹었나 보다. 화가 났지만, 김밥 냄새에 토할 것 같았지만 다른 사람들 있는데서 뭐라 할 수 없어서 참았다. 그리고 한 10분쯤 지났나 보다. 편의점에서 팔 법한 오징어를 뜯기 시작했다. 아 정말 퓨즈가 나가는 줄 알았다. 플라스틱 통에 무슨 스티커인지 테이프로 밀봉이 되어있는 통이었다. 그걸 뜯겠다고 테이프 뜯고 비닐 뜯는 소리가......... 그 이후에 김밥 냄새에 오징어 냄새가 섞여서 정말 역겨웠다. 사실 영화관을 다니면서 오징어를 줄곧 사 먹었다. 팝콘보다는 오징어를 좋아한다. 하지만 김밥 냄새에 섞인 오징어 냄새는 정말....... 이런 말 하면 안 되는데 진짜 토 냄새난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냄새가 상당하다...
영화 보고 나오면서 직원에게 따져 묻고 싶었지만, 직원이 할 수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음을 알기에 차마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자리를 빠져나와야 했다.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함께 간 동생이랑 얼마나 부들부들했는지 모른다. 사실 이 시국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을 문제 삼을 수 있었지만,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만뒀다.
어째 영화관을 갈 때마다 빌런들에게 잔뜩 줘 터지고 오는 기분이 든다. 내가 예민한 걸까.
사실 마지막 영화도 가관이었다. 상영관이 꽉 차게 예매된 좌석은 포스터 되팔이 범에 의해 예매된 좌석으로, 실제로 이용고객은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래, 돈 주고 좌석 산 건데 뭐라 할 수 없지. 근데 포스터를 받겠다고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며, 떠드는 사람이며. 심지어 스크린을 다 가리고 왔다 갔다 하는 사람까지. 돈 주고 좌석 사재기 한 사람은 뭐 그렇다 치고 나머지 분들은 왜 그러는 걸까............. 덕분에 마지막 영화도 사실 반은 못 본 것과 같았다.
아, 관크. 빌런들. 지긋지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