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만의 비밀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미군부대가 있다. 제법 큰 규모의 부대로 훈련도 잦고 비행도 잦다. 비행기나 헬리콥터가 이동하는 일이 잦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심심치 않게 종일 비행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종종 여객기와 같은 모습의 비행기가 자주 이동한다. 정말 가까이에서 카메라에 그대로 잡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의 비행기가 자주 목격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밤 9시 30분을 흐르는 중에도 비행기가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그 여객기 모양을 한 거대한 비행기는 소리가 없다. 아주 아주아주 미미하다. 아예 소리가 없다고 하면 믿을 수 없다고 할 것 같고. 정말 거짓말 같겠지만 약간의 바람소리가 날 뿐 저게 저렇게 큰 비행기가 지나가는 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소리가 거의 없다. 내 방에서 보이는 근처의 공단을 넘어 정말 가까운 곳에 착륙을 하는 모습을 본다. 아주아주 천천히 건물들 사이로 비행기가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신기하다. 숨죽이고 내려가는 모습이 마치 누구에게도 들켜선 안된다는 느낌이어서. 여태 비행기가 이동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가 이사온지 10년이 된 지금에서야 알았다고 할 정도면 어느 정돈지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비행장이 이제 생긴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하루 종일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전투기와 헬리콥터. 그리고 가끔 지나가는 일반 여객기들까지 소리가 상당한데 한 번도 그 가까이에 보이는 저 큰 비행기의 방해를 받은 적이 없으니. 오래 머문 나도 신기할 정도였다. 이따금 한 번씩 멍하니 창문 밖을 보는 것이 일상인 지금에서야 이 신기한 광경을 알았고, 괜히 설렜다. 큰 비행기가 소리 없이 한 번씩 지나가는 것이 목격될 때마다 괜히 내가 비행기의 비밀을 지켜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다가 이렇게 또 잔뜩 신이나 글을 쓴다.
모두가 조용히 잠든 새벽부터 돌아오는 밤까지. 먼 타국, 먼 타지에서 우리 모두의 안전한 하루를 지키고, 책임지고 있는 저 군인들의 밤도, 아침도, 낮도. 모두 안온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