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 비행운

by maudie

오랜만에 마시는 라떼가 너무 좋아서 두 잔이나 연거푸 마셔버렸다. 요 며칠 커피를 좀 자주 마시긴 했지만, 이상하게 잘 안 먹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셨었는데 오늘은 정말 따뜻한 라떼가 마시고 싶었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라떼를 한잔 주문 한 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 놓고서 한참 수다를 떠는 아줌마들 사이에 홀로 앉아 이어폰을 꼈다. 큰 목소리로 깔깔대며 별다른 내용 없는 아주머니들의 한탄 소리 위에 음악을 덮었다. 그리고 가만히 핸드폰을 들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을 원래 잘 읽는 편이 아닌데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 '비행운'이었다. 이 책을 구매하고, 읽기 시작한 지 좀 됐지만 여전히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어쩌면 단편소설이라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주문한 라떼가 나왔다. 하마터면 아주머니들의 웃음소리를 덮으려 듣던 음악 소리에 사장님이 애타게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할 뻔했다.


커피를 받아 들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차분하게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제목 그대로 행운이 없는 자들의 이야기를 대부분 싣고 있는 듯했다. 50프로 정도 읽었는데, 대부분의 내용이 그랬다. 그리고 오늘 읽은 부분도 역시나 행운이 없는 비행운 이야기였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기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 듦과 동시에, 이런 삶이 아니라 나는 아주 큰 행운을 가지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씁쓸하고 아린 내용의 이야기를 보고 울보가 울지 않고 넘어갈 리 없다는 듯 또 눈물이 쏟아졌다. 작은 동네 카페 안, 웃는 얼굴을 한 사람들 틈에서 홀로 굵은 눈물 방울을 떨어뜨리며 훌쩍이고 있으니 모든 시선이 내게로 꽂혔다. 장난을 치던 아가도 나를 보고 장난을 멈추었다. 괜히 민망해졌다. 두 잔의 라떼, 한 편의 이야기를 읽고서 사장님께서 선물로 주신 갓 구운 미니 붕어빵을 얼른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망함에 잔을 반납하자마자 도망치듯 카페를 벗어났다.


책의 내용을 곱씹으며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차가운 바람도 잠시 멈추고, 바알간 노을이 눈앞에 펼쳐지니 이대로 집에 가기가 너무 아쉬웠다. 며칠 찬바람에 걷기가 힘들 정도였는데, 왜인지 오늘은 바람이 불지 않아서 고마웠다. 귀에 꽂은 이어폰의 소리를 키우고 아무런 생각 없이 걷기 시작했다. 들리는 음악에 생각을 흘려보내고 노을에 마음을 태우니 기분이 좀 나아진 듯하다. 그나저나 비행운으로 가득한, 다시 또 읽다 덮은 그 책은 언제 다시 펼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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