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다시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악몽이라고 말하기 묘하지만, 다시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숨 막히는 그런 꿈. 울다가 깨거나 화가 나 깨거나 기가 차서 깨거나. 보통 개꿈은 잊히기 마련이라는데 자다가 깼다가 다시 잠이 들어도 꿈이 사라지지 않고 연결되곤 한다. 대게는 누군가에게 쫓기고, 죽임을 당한다던가 죽임을 행한다던가. 혹은 누군가 아프다던가, 것도 아니면 절벽에서 떨어지거나 하늘에서 떨어지는 꿈. 불안과 관련된 심리적 압박에 의한 꿈이 대부분. 그것들이 아니면 대체로 남자친구를 뺏기는 꿈. 근데 그 꿈은 애정이 너무 넘쳐서 꾸는 꿈이라 그냥 기분이 나쁘면 그만이다. 그냥 투정 부리고 잊으면 그만.
꿈의 대부분이 정말 의미 없는 꿈이었다. 그런데 오늘 꿈은 조금 이상했다.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낸 지 10년이 다되어가는 친구가 갑자기 아주 선명하게 꿈에 나왔다. 보지 못한 지도 그만큼의 시간이 되어서 얼굴마저 흐릿한데 꿈에서만큼은 너무 또렷했다. 대학을 다니던 때에 같은 지역에서 학교를 다녀서 급격히 친해졌던 친구. 같은 회사에서도 일을 했지만, 나중에 각자 이직을 하면서 각기 다른 곳으로 흩어졌고 소식도 흐려졌다. 잊고 살았던 친구가 꿈에 나왔다. 유쾌한 모습이 아니라 암 투병 중인 환자로 나타났다.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서는 내게 병간호 도움을 청했다. 나는 유사한 이유로 병치례를 해오던 터라 거부감 없고, 친구에게 살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지라 흔쾌히 병간호를 돕겠다 했고, 친구는 고맙다 울었다.
어디였는지 모르지만, 그 친구가 머문 동네는 서로 잘 모르는 아주 작은 시골 동네였다. 아무래도 조용히 치료받고 싶어 했던 터라 잘됐다 했다. 그렇게 친구와 함께 지내면서 병간호를 하고, 낮에는 나가서 일을 했는데, 그곳에서 낯선 이의 비아냥과, 추행을 당했고, 계속된 스토킹에 경찰에 신고를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정신이 없어서 그랬는지 핸드폰으로 연락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가게의 전화로 112에 신고하려고 다이얼을 눌렀다. 수차례 112를 눌렀지만, 누를 때마다 123, 113, 122, 114등 112만 제외하고 다이얼이 눌렸다. 이상한 마음에 수십 번을 다시 눌러도 연결되지 않았다. 마치 112만 막아둔 것처럼. 그렇게 어느 정도 친하게 지냈던 동네사람 몇몇이 모여 같이 번호를 누르려 시도했지만, 역시 연결되지 않았다. 계속된 실패에 그제야 핸드폰을 찾았고, 신고를 누르려는 순간 통화버튼과 함께 잠에서 깼다. 참 이상한 꿈이었다.
꿈에서 깨 옆에서 자고 있던 남자친구를 깨워 꿈에 대해 설명했고, 남자친구는 개꿈을 너무 선명하게 꾸는 거라며 신경 쓰지 말라 했다. 그리고 곧바로 네이버로 해몽을 찾아봤다. 대체로 해결되지 않은 불안과 답답한 일들이 나를 움켜쥐고 있어 그렇다던가, 나의 건강이 안 좋다는 의견이었는데, 그중 마지막에 찝찝한 한 줄을 봤다. 예지몽일지도 모른다는 것. 꿈에 나타난 상대가 정말로 크게 아플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찝찝한 꿈 해몽이었다. 덕분에 꿈 없이 편히 자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꿈을 꾸지 않고 자는 법을 완전히 잊은 것처럼 매일, 매 순간, 짧은 낮잠이나 졸음에도 꿈을 꿨다. 꿈꾸지 말고 푹 자요. 내가 자주 뱉던 마지막 인사처럼, 나 꿈꾸지 말고 푹 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