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것저것 뒤지다 우연히 예전의 내가 써둔 글들을 발견하곤 한다. 노트이기도 하고, 책이기도 하고, 그것도 아니면 핸드폰 속 어디 어플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어디 포장지 기도 하다. 글을 쓸 수 있는 곳이라면, 메모가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든 무슨 말이 든 남겨놓은 것들이 있더라. 가끔 그런 글들을 만나면 반갑다. 그냥 그때의 나를 만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반갑다. 오늘도 우연히 만난 그때의 나를 다시 들여다본다. 기분이 묘하다.
글마다 분명 저마다의 기분과 표정이 있었을 거다. 그걸 떠올리니 설레기도 하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한다. 오늘 우연히 만난 글은 나를 설레게 했다. 운명. 나와 인연이 되어준 것만으로도 이미 운명이라니. 어쩜 내 머리로 저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구나 싶었다. 지금은 대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 같은 글들을 쓰는 게 대부분인 것 같은데. 설레는 글을 써본 지가 , 아니 설레는 마음이 들어본지가 언제였는지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분명 아주 작은 일에도 감동을 받고, 아주 작은 일에도 설레 하던 난데.
뭔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지금의 내가 조금 안쓰러워졌다. 하지만, 다시 언젠가는 설레는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때는 지금의 내가 이해가 안될 만큼 설레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내가 그때의 설렘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만큼, 미래의 내가 지금의 아픔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