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달심리상담
날이 쌀쌀했다. 그녀와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장갑을 가져오지 않아 지하철 출구에서 기다리기가 힘들어 대형 매장으로 들어갔다. 유리창 너머로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다. 유리창 너머에 젊은 엄마가 세네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를 엎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의 무게에 짓눌려서 허리를 꺾어서 아이를 겨우 엎고 있는 것이 보였다. 큰 가방 두 개를 젊은 엄마에게 넘기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젊은 엄마를 바라보았고 아이가 미끄러져 내려올까 봐 걱정이 되었는지 아이를 엄마 쪽으로 밀착되도록 도와주었다. 그녀는 젊은 엄마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내가 매장 문을 열고 나가서 그녀를 불렀다. 그녀는 선생님하고 반갑게 미소를 지었다. 남편의 해외출장과 육아로 인해 전업주부가 된 그녀의 긴 생머리는 보글보글한 파머머리로 바뀌어있었다. 작년에 보고 처음 만나는 거라 우리는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았다.
함께 식사를 하는 길에 아이를 엎은 엄마는 택시를 타지 않고 힘겹게 걸어가고 있었다. 아이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아이는 곤히 자는데 엄마에게 너무나 무거워 보였다. 그녀와 나는 우리 가방이라도 들어줄까 요하며 아이 엄마에게 다가와 가방 두 개를 들었다. 아이 엄마들의 가방이 그러하듯 무게감이 느껴졌다.
"가방 많이 무거운데, 괜찮겠어요. 고마워요."
아이 엄마의 뒤를 따라가면서 그녀와 나는 이야기를 했다. 학회 이야기, 출간될 책 이야기, 상담실 이야기, 우리가 아는 사람들 이야기할 말이 끊이지 않았다. 아이 엄마는 지하철부터 가방을 들어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아이가 몇 살이세요?"
그렇게 세 사람이 이야기하게 되었다. 문화센터를 갔다 오는데 아이가 잠들어서 당황했다는 이야기,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 키우느라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하철 내릴 때가 되자 아이가 잠들어서 아이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었다고 했다.
"가시던 길이 있는데 근처까지 데려다주셔도 되겠어요?"
우리가 가려고 했던 곳과도 멀지 않았다. 아이 엄마는 숨이 벅차서 헉헉 거리고 있었다. 아이 엄마는 아이의 무게로도 벅차 보여서 그녀와 나는 빌라 입구까지 따라갔다. 잠시 가방을 보여달라고 했던 아이 엄마는, 그녀에게 말했다.
"저, 이거 별건 아닌데요. 제가 받은 스케치북이에요. 애가 아직 어리면 이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스티커는 어디 갔는지."
괜찮다고 사양하는 그녀에게 아이 엄마는 꼭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아이한테 잘 쓰일 것 같다면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렇게 아이 엄마와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식사를 하러 가는 길이였다. 그녀는 아이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들이 힘들어하는 게 더 눈에 보인다고 했다. 좋아하는 그녀가 조금 더 좋아졌다. 추운 겨울인데 왠지 마음이 따뜻해졌다.
공감에 대해서 생각했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짊어질 삶의 무게들이 있다. 던져버릴 수도 없고 벗어날 수도 없는 삶의 무게들. 그리고 어느 순간 내 삶에서 사랑하는 것들이 내 삶에 큰 무게도 찾아온다. 그때 잠시라도 그 짐을 나눠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우리가 누군가의 짐을 잠시 맡아줄 때 또한 우리도 그들에게 작은 선물을 받는다. 상담실에서도 그러하다. 우리는 평생을 함께 할 수도 없고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사이다. 아울러 상담사가 마음대로 길을 인도해서도 안된다. 뒤에서 함께 길을 가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함께 가는 것이다. 일상에서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함께 하는 것만으로 그에게도 나에게도 작은 선물이 될 것이다.
*글 오랜만이지요.
글을 쓰지 않는 동안 A급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고, 첫 책 쓰고, 두 번째 책도 쓰느라 바빴네요.
심리학회에서 또 다른 하나의 전문가 자격증 취득 준비도 있었고요.
그리고 3월 2일 담주에 첫 책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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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현: 마음달 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을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 티스토리, 브런치 에서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