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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0초 리뷰

[도을단상] 플레이위드 햄릿

여전히 모더니즘과 만났을 때 생기는 일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플레이위드 햄릿

고전이 모더니즘과 만났을 때.

511번 째 작품은 연극 플레이 위드 햄릿입니다.
관록 있는 소극장 산울림에 올린 작품이죠.

모두의 내면에 존재하는 햄릿을 탐구하며 20년 이상의 연구를 바탕으로 원작의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파격적인 형식을 도입했다는 박선희 연출가의 연출이 빛나는 작품입니다.

저는 클래식이 훈고학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작품들도 결국엔 당대의 사상을 응축한 결과이므로, 우리 시대에 올라가는 고전 작품은 우리 시대의 사상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분히 고전적인, 이분법적인 선악의 구분해서 벗어나 네 명의 배우들이 햄릿의 각기 다른 내면을 보여 주면서, 왕홀과 모자만으로 다른 배역을 맡아서 보여 주는 형식이 엄청난 몰입감을 가져오더군요.

좋은 극단에서 탄탄하게 실력을 키워 온 배우들과, 훌륭한 연출과 소극장만이 뿜어낼 수 있는 분위기가 어우러지는 작품입니다.

오필리어와의 만남, 사랑에 빠지는 과정, 오필리어를 위해서 반대로 냉대하는 과정 등은 다소 부드럽지 못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110분의 러닝 타임 안에서 원작과 새로운 시도 모두를 보여 주기 위해서는 감당해야 할 약간의 삐걱거림이 아닐까 싶네요.

셰익스피어가 지어낸 햄릿의 이야기를, 한 청년의 망상극일지도 모른다는 똥꼬 발랄한 상상력이,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햄릿의 입과 몸을 통해서만 표현됩니다.
그야말로 햄릿을 위한,햄릿에 의한, 햄릿의 쇼입니다.

바라 보면서 바로 본다면, 당신을 위한, 당신의 의한, 당신의 쇼가 머릿속에서 폭풍처럼 펼쳐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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