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악마는 파우스트를 사이에 두고 내기를 합니다. 불변의 진리를 찾고자 메피스토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마지막 순간에 신이 내민 구원의 손길을 거부하고 악마와의 계약을 지키기 위해 지옥으로 갑니다.
불변의 진리를 구하고자 악마에게 영혼까지 파는 파우스트의 절실함을 담기에는 서사가 좀 약하기는 했습니다만 큰 무대가 보여줄 수 있는 연출과 큰 배우들이 보여줄 수 있는 발성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노력하는 자나 무언가를 찾는 자나 같은 거 아닌가요? 방황하는 것이나 길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같은 인간을 두고 서로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신과 악마의 내기 수단으로 전락한 나약한 인간상이 역설적으로 '만들어진 신'을 강하게 은유하는 무대. 괴테가 파우스트를 쓸 무렵의 신앙에 대한 불손과 발칙함을 드러내는 듯한 설정이 엿보이기도 한 듯 합니다.
빈 의자와 책이 놓여 있다가 치워져서 다시 빈 의자. 처음의 빈 의자와 나중 빈 의자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메피스토가 묻더군요. 이 질문이 어쩜 이 작품의 주제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의 품에 안기든. 악마의 품에 안기든.
오글을 챙겨두고도 잊어먹고 안 가져온 나의 나안은 최초의 나안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