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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by 정희주


친구와 산을 오르고 있었다.

친구는 짐이 무겁다며 힘들어했다.

나는 짐 하나를 대신 지어주었다.

친구는 내게 고마워했다.

나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서 기뻤다.

우린 더 친한 친구가 되었다.


친구와 산을 오르고 있었다.

친구는 짐이 무겁다며 힘들어했다.

나는 짐 하나를 대신 지어주었다.

친구는 여전히 큰 짐으로 힘들어했다.

도움이 안되는 나의 작은 체구가 원망스러웠다.

우린 여전히 친한 친구였다.


친구와 산을 오르고 있었다.

친구는 짐이 무겁다며 힘들어했다.

나는 더는 짐을 지어줄 수 없었다.

친구가 떠날까 봐 무서워 사정을 말하지 못했다.

나는 짐 한 덩어리를 더 짊어졌다.

우린 여전히 친구일 수 있었다.


친구와 산을 오르고 있었다.

친구는 짐이 무겁다며 힘들어했다.

내 사정을 모르는 친구가 야속해졌다.

너무 버겁다고 말했다. 그만하라고 말했다.

친구는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짐 한 덩이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짐을 지고 산을 오르고 있었다.

짐이 너무 무거워서 힘들었다.

한 사람이 안부를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결국 내 몫의 짐이었다.

그 사람은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짐을 지고 산을 오르고 있었다.

짐이 너무 무거워서 힘들었다.

다시 그 사람이 안부를 물었다.

나는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했다.

결국 내 몫의 짐이었다.

그 사람은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짐을 지고 산을 오르고 있었다.

짐이 너무 무거워서 힘들었다.

다시 그 사람이 안부를 물었다.

나는 짧은 인사를 건네었다.

결국 내 몫의 짐이었다.

우리는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짐을 지고 산을 오르고 있다.

짐을 지고 있는 한 사람을 만났다.

안부를 묻는다.

가던 길을 계속 간다.

우리는 길 위에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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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주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미술치료사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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