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근X호상근 <그런대로 그럭저럭 즐거운 그림들>
매일의 쌓인 감정을 마주 앉아 씻어내야 한다.
어떤 얼룩은 순한 세제에 조용히 담가둬야 하고
어떤 얼룩은 손으로 싹싹 비벼 문질러야 한다.
어떤 빨랫감은 부드럽게 조물조물 다뤄야 하고
어떤 빨랫감은 대야에 담아 발로 퍽퍽 밟아야 한다.
어떤 얼룩은 말끔히 지워져 개운하지만,
어떤 얼룩은 흔적이 남아 아쉬움과 후회를 남긴다.
세탁을 마친 빨래는 충분히 말려야 한다.
얇은 옷은 금세 마르지만,
두꺼운 옷은 시간이 더 걸린다.
덜 마른 옷을 입으면 꾸리 한 냄새가 나게되어
차라리 안 하니만 못한 일이 되기도 한다.
잘 마른 옷은 탈탈 털어 손으로 문지르며 주름을 펴준다.
빨래를 하며 옷의 태가 바뀌고, 없던 주름도 생긴다.
헌 옷이 되어가지만, 그것도 괜찮다.
옷에서 우리 집 빨래 냄새가 난다.
사람이 사는 일이란
'오늘'의 '빨래'를 하는 일이다.
의자가 겹쳐진 모습이 꼭 사람이 포옹하고 있는 모습과 같다. 사람 같아서 다정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저들은 의자가 아닌가. 의자가 겹쳐지면 무용해진다. 의자의 기능을 상실하고 만다. 그럼에도 겹쳐진 의자는 여전히 유용할 수 있다. 이들을 보는 내 기분이 좋아졌으니 말이다.
너의 손등 위에 나의 손을 포개본다. 나를 잡아준 그 손처럼.
전시장 입구에는 전시에 참여한 두 명의 작가 그림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서로 다른 태도로 일상을 바라보고 표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매우 완벽을 추구하면서도 사소해 보이고, 평범한 일상도 특별하게 표현하는 재미가 있다. 그런대로 그럭저럭 즐거운 그림들이다.
장승근X호상근 <그런대로 그럭저럭 즐거운 그림들>
2025. 06. 11 ~ 2025. 07. 19
오에이오에이 갤러리 (서울 강남구)
www.oaoagalle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