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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장례식 경험자다.

혼자가도 어색하지 않을 자신이 생겨 버렸다.

by Maven

나는 이제 장례식 경험자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고작 2박 3일의 장례식을 치뤄봤더니


더이상 장례식장에 정장을 차려입고 가지 않아도 상주가 고마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 돈낭비라고 치부했던 근조화환이 사실은 그렇게 위안이 되더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가족 모두가 기독교인 장례식장에 가서 두 번 절을 하더라도 절대 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설사 빈 말이라도 운구할 사람은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절대 잊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릴 때는 장례식장에서 웃고 있는 상주를 보면 이해가 안 갔다.

호상인가? 아니, 호상이라는 건 애초에 없을텐데..


그런데 나이를 먹고 보니 알게 되었다. 그건 좋아서 웃는 거였다.

상조 회사에서 만들어준 카톡 안내문을 툭하고 던졌을 뿐인데 와준 친구들과 지인들,

내 전화 한 통화에 물밀듯이 달려와준 그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났다.


바쁜 와중에 고인을 보내는 길을 함께 해주어서

그리고 내가 조금은 잘 살았다고 증명해주는 것 같아서

내가 조금은 잘 살았다는 것은 어머니가 날 잘 키워주셨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 같아서

세상을 떠나는 엄마에게 조금은 도리를 한 것 같이 만들어주어서, 나는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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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분류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매일 하고 있지만, 아직도 데이터가 어렵고 무서운 '이류 분석가' 회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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