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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두만 May 20. 2023

Guckkasten

국카스텐(2010)






젊음은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되는가. 누군가에게 청춘은 무궁한 가능성의 시절로 기억되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시간이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뜻은 그 무엇도 확실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위대한 성공은 위험을 감수한 도전으로부터 비롯되지만 모든 도전이 반드시 성공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혼란스러웠던 성장기 때문일까, 이전 밴드의 해체 때문일까. 국카스텐의 1집에는 앞날의 희망보다는 불안과 두려움, 실패와 고통, 자신을 혐오하는 흔적들이 가득하다.


국카스텐의 특색으로는 귀곡성(鬼哭聲)처럼 들리는 하현우의 가성, 사이키델릭한 사운드와 더불어 난해하기까지 한 가사를 꼽을 수 있다.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모듈레이션이 적용된 기타, 온갖 은유와 공감각적 표현들로 가득한 가사는 여러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 후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진심을 숨기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변형된 모든 베일을 걷어내면 그 속에서 인정과 온기를 갈구하며 울부짖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처참한 향기를 맺었던 설익은 호흡은 아직도
지독항 향기를 내뿜어 쓰라린 뿌리를 내리네



국카스텐의 1집은 첫 곡 거울부터 히든 트랙으로 편곡된 어쿠스틱 버전의 꼬리까지 총 13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앨범은 기타의 리프(Riff)를 위주로 곡이 진행되는 전통적인 락의 작법을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국카스텐만의 색깔을 잃지 않는다.


눈여겨볼 점은 대부분의 곡에서 오버 레코딩 기법이 차용되었다는 점이다. '거울'과 ‘Mandrake'를 예로 들 수 있겠다. 거울의 경우 2절 벌스에서 멜로디를 제외한 코러스 트랙이 좌우로 들리고, 'Mandrake'의 아웃트로에서는 백킹과 더불어 첫 번째 간주에서 사용된 리프와 아웃트로 솔로가 합쳐져 총 3개의 기타 트랙에서 태핑, 와우(Wah) 등의 여러 기타 주법으로 꽉 채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본인의 감정과 생각을 어떤 소재들에 빗대었는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서 나오는 비트리올 증후군에서 따온 노래 'Vitriol'과 'Faust'는 연속되는 삶에 대한 권태와 무기력을 이야기하고, 'Rafflesia'와 'Gavial', 'Mandrake'에서는 불완전하고 비참한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Limbo'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는 듯한데, 첫째는 단테의 신곡에서 나타나는 연옥이고, 둘째는 허리를 젖혀 봉을 통과해야 하는 림보다. 연옥은 신앙심을 갖지 않은 자, 혹은 예수의 탄생 이전에 살아서 신앙심을 가질 기회가 없던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다. 즉 'Limbo'는 타의에 의해 특정된 기준과 그 기준을 넘어서지 못한 자들의 상황을 노래하는 듯하다. 원치 않게 림보에 갇히게 된 내게, 왜곡된 소리는 천박스럽게 날 만지고, 안개는 나를 아래로 끌고 가 더러운 옷을 던져준다.


앨범에서, 화자는 쉽사리 긍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화자에게 하늘은 시퍼런 멍이 든 텅 빈 공간에 지나지 않고, 창밖의 세상은 너무 밝아 나가기에 두려우면서도 살아가기에 미지근하다. 그는 허락되지 않은 것을 추구한 죄로 절름발이가 되고 또 죄인 취급을 받는다. 다만, 상처로 가득한 시간을 통과하면서도 계속해서 뿌리를 내리려 할 뿐이다.


개인적으로 국카스텐 1집은 '거울'에서 'Mandrake'까지가 1부, 'Sink Hole'에서 'Toddle'까지 2부로 나뉜듯한 느낌을 받는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통해 자아의 균열과 낡고 망가진 상황 속에서도 불안정하고 권태로운 삶을 이겨내려 하지만, 그 속에서 갈구했던 것은 얻지 못했고 이루고자 하는 바에 닿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뿌리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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