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5일은 역대급 하락장, 소위 말하는 ‘블랙 먼데이’가 찾아왔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2400선을 내주더니 전 거래일보다 234.64포인트(8.77%) 내린 2441.55에 마감했다. 이는 역대 최대 낙폭이다. 또한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88.05포인트(11.30%) 내린 691.28로 마감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동시에 8% 넘게 폭락하면서 두 시장의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를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 5개월 만에 발동했다. 이는 코로나 때의 상황만큼이나 현재 장이 좋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상황이 안 좋은 건 다른 아시아 증시들도 마찬가지다. 이날 도쿄주식시장에서 닛케이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2.40%(4451.28포인트) 하락한 3만1458.42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 폭은 3836포인트가 밀렸던 1987년 10월 20일 블랙먼데이를 뛰어넘었다. 또한 대만가권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807.21(8.35%) 하락한 1만9830.88로 장을 마쳤다. 이날 낙폭은 57년래 최악의 낙폭이다. 대만 시총 1위 TSMC는 9.7%나 하락했다. 대체 왜 이렇게 장이 안 좋았던 걸까?
1) 미국 고용지표 악재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미국의 경기 침체 신호이다. 미국의 연준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며 금리를 동결할 때까지만 해도, 시장은 다가올 금리 인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미 노동부의 발표에서 상황이 급변했다. 미 노동부는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1만4,000명 늘어 예상을 밑돌았고, 실업률은 전망치를 웃돈 4.3%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부진한 고용 지표에 미국 경기가 급속도로 식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고, 이 때문에 주가 하락이 발생한 것이다.
일부에선 삼의 법칙(Sahm’s law)가 발동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삼의 법칙은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기록했던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는데, 세인트루이스 연은에 따르면 7월 실업률 기준 삼의 법칙 지표는 0.53%포인트(p)다. 미국에서 발생한 11번의 경기 침체 중 한 번 빼고 모두 들어맞았다고 한다. 물론 아직 미국 경제가 견조하다는 의견도 있어,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관련 기사)
2) 이스라엘의 암살에 따른 중동전쟁 리스크(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한 미국의 중동 영향력 상실?)
중동 지역에서의 혼란스러운 상황도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지난 7월 31일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차 이란에 방문했던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한 것이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의 무장 세력으로, 이스라엘의 숙적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란 땅에서 암살이라니, 선을 넘었다는 의견들이 많다. 이란과 하마스는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하고 있고, 이스라엘도 여기에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관련 기사)
이를 두고 중동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또한, 이 사건은 미국의 중재자로서의 신뢰성을 손상시킬 수 있다. 하니야는 비교적 온건한 지도자로서 휴전 협상을 주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죽음은 협상 과정을 방해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을 중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3) 그 동안 주가가 너무 오랫동안, 비정상적으로 많이 올랐다는 사람들의 생각
미국 내 일부 주식들, 특히 테크주들은 최근 비정상적으로 너무 많이 올랐다. 그래서 연초부터 ‘테크 버블’, ‘조정장이 온다.’ 등 엔비디아 같은 특정 기업들이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고평가되고 있다는 경고들이 있었지만, 상황이 좋을 때 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실제로 돌풍의 중심에 있던 엔비디아는 2024년 6월에는 연중 상승률 175퍼센트를 기록하며 한때 시총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하지만 최근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주가가 조금씩 빠지다 보니, 사람들이 ‘이제 진짜 팔아야겠다.’라 생각해 너도나도 매도 물량을 쌓고, 이로 인해 주가 하락이 지속되는 것 같다.
유명인들의 행보도 이 같은 상황을 가속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최근 본인이 가지고 있던 엔비디아의 주식 130만 주를 매각했으며, 아마존의 창업자 베이조스도 아마존 2500만 주를 매각할 계획이다. 버핏도 애플 주식을 상당수 팔고 약 377조원의 현금을 비축하고 있다. 이같은 모습은 주가가 고점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관련 기사)
월가의 마지막 비관론자가 사라졌다는 기사를 본 게 1달도 안 된 것 같은데, 어느새 조정장이 왔다.(관련 기사)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까지 떨어질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주식은 기계가 아닌, 감정이 있는 사람이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비록 내가 보유 중인 주식들도 많이 떨어졌지만,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주식은 다시 오를 것이기에, 저점매수할만 한 종목들을 찾아 투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