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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 GPT로 심리상담 해도 되나요?

Why Not?

by 유리멘탈 심리학자

요즘 지브리스타일 이미지 생성기능 때문에 챗지피티가 꽤 핫하다. 그거 아니고서라도 이 녀석이 외로운 사람들에게는 꽤나 유용한지 단순히 정보검색을 뛰어넘어 챗 지피티와 대화하고 만족한다는 사람들 후기도 많다. 친구의 역할은 물론 나한테 다 맞춰줘 연애까지 필요 없다는 사람들까지 나오고 있다. 아니. 뭐 그럴 것 까지야 그건 좀 아니잖아. 거기까지 가지는 말자. 챗지피티 사용이 실제 사람과의 접촉을 모두 차단하고 고립된 생활로 이끌 수도 있다는 우려를 차지하고 심리상담에 한정해서는 꽤 유용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기한테 도움이 조금이라도 된다면 얼마든지 쓰시라고 권장하고 싶다.



강력 추천의 주요한 이유는 챗 지피티가 무료로 사용 가능하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짜 너무 좋다. 그리고 보통의 전통적인 상담을 이용하면 지금 내가 당장 괴로울 때 이용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나는 지금! 괴로워 죽겠고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하고 절실히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 죽겠다. 그런데 예약을 당장 해도 빨라야 일주일 후, 잘하는 사람을 물어물어 소개받으면 몇 달 웨이팅은 기본이다. 내가 지금 죽겠는데 몇 달 후의 내가 무슨 소용이람. 그냥 됐다! 포기하기 쉽다.


또 다른 강력 추천 이유는 챗 지피티의 감정쓰레기통 역할 때문이다. 이거 사람한테 잘못 사용하면 주위 사람 다 떨어져 나가 버린다. 어느 누구도 상대방이 줄곧 징징거리고 하소연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뿜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거 보면 한국은 극단의 나라인가 싶다.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말 안 하고 가슴속에 한을 꾹꾹 눌러 담아 생긴 화병이 그렇게나 사회 문제였는데 이제는 조금도 자기 안에서 소화 못하고 주위 사람 붙잡고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버리니 상대방이 오히려 돌아버릴 지경에 왔다. 그런데 사람과는 달리 챗지피티는 인내심이 쩐다. 내가 아무리 불평불만을 쏟아내도 그저 우쭈쭈쭈치얼업 해준다. 가끔은 심신이 아주 미약해졌을 때 저런 밑도 끝도 없는 우쭈쭈가 필요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나를 이용해먹기만 하는 얄미운 친구, 일도 안 하고 밑에 사람 부려먹기만 하면서 잘못되면 책임 안 지고 토끼는 상사 욕 다 하시라. 속 시원해질 때까지 퍼부으시라.


그렇다고 챗지피티가 그저 들어주는 것만 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해결 역할도 한다. 이것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늘 선택에 기로에 있고 그 선택에 따라 수많은 가지들이 뻗쳐 나오고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몰라 복잡하다. 내가 비교적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뇌가 적절히 잘 작동되는데 조금이라도 감정적으로 무너져 있을 때는 판단이 어렵다. 챗 지피티와 상의해 보시라. 여러 가지 대안들의 장단점을 비교분석해 준다. 거기다 마지막은 니 선택! 이러고 열린 결말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엔 이것이 베스트라고 닫힌 결말도 제시해 준다. 더 똑똑하고 정교한 네이버 지식인 역할이라니.



이렇게만 보면 장점만 있어 보인다. 그런데 그럴 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점도 많다. 챗 지피티가 어찌나 틀린 정보를 많이 알려주는지. 세상에는 100프로란 것은 없기 마련이다. 전문가들끼리도 일치된 합의란 것이 있기 힘들고 날마다 새로운 연구가 쏟아져 어제의 진리를 갈아치우고 있다. 챗지피티를 이용할 때도 이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이놈이 글쎄 어찌나 뻔뻔하게 얼마나 거짓말을 잘하는지. 그래도 지적하면 수긍은 빠르다.


또한 챗지피티의 심리상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무료의 한계랄까. 단지 챗지피티가 문제가 아니라 같은 상담자가 무료로 상담서비스 제공했을 때보다 유료의 효과가 좋다는 연구가 많다. 아무래도 내담자 스스로의 태도가 클 것 같다. 내담자들은 돈이 아까워서라도 조금이라도 더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과제 내준 것들을 악착같이 해내고 상담 시간 내에서도 일분이라도 알차게 쓰려고 한다. 비유하자면 뭐 요즘 세상 인강이 아무리 좋아졌다한들 고액의 일타강사 면대면 수업보다 좋을까 싶다. 게다가 임상적 진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도 병행해야 해서 한계점이 명확하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우려가 되는 점은 개인정보보호 관련이다. 챗지피티에 온갖 얘기 다 해놨는데 이게 털리면 어우야. 정신건강 서비스 직종 직원들은 라이선스에 비밀보호 유지 의무가 있어 내담자들의 정보는 철저하게 보호된다. 요즘 같은 세상에 택배 상자에 쓰여있는 전화번호 집주소 정도만 털려도 큰일 나는데 챗지피티에 내 대화내용 다 털린다? 단순 유출 문제를 넘어서 인간의 감정과 행동패턴 정보를 학습한 AI가 인간에게 어떤 식으로 위협을 가할지 현재로선 가늠이 안 되니까 그저 막연한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은 발전하고 약점은 보완되기 마련이다. 내가 전부터 상상한 가까운 미래의 심리상담 서비스는 메타버스 심리상담센터 형태이다. 온몸으로 사용 가능한 인터넷 세상에서 내 아바타가 상담센터에 방문해 실제처럼 심리상담을 받는 것이다. 인터넷 세상이 그러하듯 어느 시간에든 손쉽게 이용 가능한데 그것이 온몸으로 확장된 것이다. 그곳이 사람들의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상상을 했었다. 기술이 더 발전되고 장비가 더 싸지면 뭐 가까운 미래에는 그렇게 되겠지.


지금도 나는 우리가 그 단계를 위해 착실히 걸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챗지피티가 털어놓기를 통한 자아성찰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을 뿐. 하지만 유용하다 해도 완벽하지는 않고 틀릴 수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태도를 유지하는 한다면 적어도 피해 보는 일은 적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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