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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별리사 Aug 14. 2022

일상이 낯섦이 되는 여행의 시작

#1_런던: June 24, 2014. Tuesday. 10:06pm 

12시간을 날라 영국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도착한 런던에서는 4일정도 지내기로 했습니다. 런던은 영국 내에서도 특히나 물가가 비싼 수도이자 관광의 요지였기 때문에, 숙소비를 최대한 아끼고 싶었습니다. 알아보니 방학 기간동안 공실인 기숙사를 숙소로 개방하는 대학들이 몇곳 있었고, 저는 런던 북서부쪽 Harrow라는 지역에 있는 학교의 기숙사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제가 예약한 학교 기숙사는 Harrow라는 지역의 Northwick Park Station이라는 곳으로, 공항과 다소 거리가 있는 곳에 있었습니다. 히드로 공항에 도착해서 낯선 도시의 지하철, 영국에서는 Tube라고 부르는 그것을 탔고, 타는 순간 왜 Tube라고 불리우는지를 바로 알게 되었죠. 내부의 천장은 둥그런 모양이었고, 의자에 앉은 사람들 틈으로는 한사람 정도만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공간만이 남아있었습니다. 덜컹덜컹 움직이는 둥그런 튜브 안에 사람들과 옹기종기 서있자니, 비로소 런던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났습니다. 


Northwick Park Station의 출구는 정말 underground로 연결된 것처럼 생겼습니다.


Tube를 타고 Harrow 지역의 Northwick Park Station 역에 내려, 왜인지 모르겠지만 3G가 터지지 않는 휴대폰을 들고, 길을 물어물어 기숙사 방에 도착했습니다. 기숙사 방은 정갈한 정사각형 모양으로, 붙박이 책상과 침대가 간소하게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바닥에는 복슬한 파란색 카페트가 깔려 있었고, 벽에는 영국 가정집의 상징과도 같은 라디에이터, 그리고 그 위에는 적당한 크기의 창문이 나 있었습니다. 작지만 아늑한 첫 숙소인 기숙사에 도착하니, 이 학교의 학생이 된것만 같았습니다. 


바닥, 커텐, 침대, 의자 등이 모두 파란색이었던 편안한 기숙사 방. 한달동안 의지할 전재산이 들어있는 캐리어는, 자전거 자물쇠를 챙겨가 숙소에 묶어두었습니다. 치밀했네요.. 


커튼을 열어보니, 창 밖으로는 넓직한 기숙사 내 공원이 있었죠. 

마치 이 학교의 학생이 된것만 같은 기분으로 밖에 나가서 기숙사 공원을 걸었습니다. 

기숙사 내 공원이 꽤 넓어서 마치 작은 동네에 온것 같은 초록색 풍경이 이어졌습니다. 


이리저리 정리하고, 저녁을 간단히 사와서 먹고 침대에 앉아 시계를 보니 밤 10시 6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뿌듯함과 안도감이 몰려왔습니다. 내가 혼자서 생전 처음 와보는 나라에서, 터지지 않는 휴대폰을 들고, 길을 물어물어 숙소에 잘 도착하다니(구글맵도 없이!).  


새로운 나라에 온다는 것의 매력은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익숙한 일상이 낯섦이 되는 것.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매일같이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하고, 방에서 창밖을 보고, 동네 산책을 합니다. 그런데 그 일상이 반복될수록 일상은 익숙함이 되어, 그 속에서 점점 새로운 자극을 느끼기 어려워지고 타성에 젖게 됩니다. 그런데 새로운 곳에서는 지하철을 타는 것도, 휴대폰 없이 이동을 하는 것도, 창 밖의 공원을 산책을 하는 것조차 새로운 자극이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죠. 그렇게 일상이 낯섦이 되는 경험을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일상을 여행하듯이 살 기운을 얻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는 런던 구석구석을 돌아다녀볼 예정입니다. 초록색 노트와 스케치북을 가방에 챙겨넣어 두고, 내일을 위해 잠에 들었습니다. 


도착 첫날 밤 런던 Harrow의 숙소에서 남긴 일기 중. 무사히 살아 도착했음에 감격했던 기억이 나네요.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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