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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an 30. 2024

You Are Very Strong

근아 ㅣ 점 선 면으로 나를 말하다 ㅣ 04

“You are very strong."

나의 첫 번째 영어튜터, Joseph이 나에게 해준 말이다.


그 말을 메모지에 써서 모니터에 붙여놨는데,

그 메시지가 생명력을 가진 게 분명하다!!

3년 동안 살아서 나에게 말을 건넨다!!

속삭인다!

소리지른다!


내가 느슨해질 때마다, 나를 초심으로 돌려놓고,

내가 약해질 때마다, 나를 더 강하게 해 주고,

내가 힘들 때마다, 나를 위로해 주고,

내가 고독할 때마다, 나를 외롭지 않게 해 주고,

내가 부끄러울 때마다, 나를 당당하게 해 주고,

내가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게 해 주고,

3년째, 나를 일으켜 세워주고 있다.

꾸.준.하.게.


“You are very strong."

나의 첫 번째 영어튜터가 나의 친구, 솔메이트가 되어,

나를 인정하고, 나를 리스펙해 준 순간이었다.



어떻게 어두운 밤을 지나왔는지,
서로에게 털어놓으면 서로에게 큰 힘이 되는 법이지.
힘겨운 날들에 일어난 일들을 기록하라.
살아갈 용기와 힘을 선물 받을 것이다.
보도 새퍼 (주 1)




“3개월 후, 호주가요!”

After…

three month.

I….

will…

go Australia!


나의 첫 번째 영어튜터,  Joseph에게 내가 처음 한말이었다.


그 당시 나는 만 42세였다.


엉터리 문법의 영어를 하고,

떠듬떠듬 느린 영어를 하고,

질문하나에 한참을 생각하고,

단어를 찾느라 허공만 두리번거리고,

한 시간 동안 수십 번 얼굴이 빨개지고,

목소리는 개미같이 작고,

듣기 실력은 최악이라 질문을 여러 번,

천천히 반복해서 물어봐줘야 했고,

나는 그 당시 초짜였다.

하지만 난 부끄럽지 않았다.

간절했다.

그래서 당당했다.


이런 한국아줌마가 자기 앞에 앉아 있으니 얼마나 황당했을까.

이런 아줌마가 호주로 간다고 하니 얼마나 어이없었을까.

그에게는 나의 선포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실제로 이 질문을 그에게 며칠 전에 물어봤다.

그의 대답은

“그 상황이 재미있었다.”

맞다.

웃긴 이야기였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였다.


대학교 졸업 후, 영어는 바디랭귀지로 대체하며 살았던 내가. 갑자기 호주 이민을 결정한 건, 출국 6개월 전이었다. 그날부터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영어공부를 했고, 아주 흐릿하게 영어라는 것이 기억날 무렵, 나는 무작정 원어민 수업을 시작했다.


매주 2회 수업.

새벽 5시 첫차.

판교에서 강남역으로.

이 짓을 3개월.

그리고 호주로 왔다.


그와의 수업은 호주에 와서도 온라인으로 이어졌다. 2년 동안 주 3회. 수업을 녹화해서 복습하고, 다음 수업을 예습하고, 수업시간에 수많은 주제에 대해 토론하면서, 나는 나의 영어를 키워나갔고, 내 정신도 성장시켰다.


그 사이, 나는 대학원에 진학했고, 그는 내가 부족한 영어로 징징거리면서도 어떻게 영어수업을 극복해 나가는지, 내가 과제를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며 결론을 맺었는지 지켜봤다.


아마 나의 진짜 실력을 아는 건 Joseph 뿐일 것이다.

모든 것이 공개된 나의 진짜 모습.


그러하기에, 내 컴퓨터 모니터에 3년째 붙어 있는 메모는 그동안의 나의 모습을 대변해 준다.

그러하기에, 그 메시지는 나의 과거이고, 나를 미래로 이끌 수 있는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까지 포함하고 있다.



“You are very strong."

맞다.

나는 강하다!

나는 굉장히 강하게 키워진 사람이다.

초등학교부터 예중입시를 위해, 강한 교육을 받아야 했고,

나는 영어 초급이었지만, 대학원을 위해 고급 레벨의 영어부터 시작해야 했고,

대학원에서는 가장 높은 기준을 나는 기본적으로 이뤄야 하는 기준이라 착각을 하고 나는 그 레벨을 맞추느라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난 알았다. 그것이 지난 학기 1등 학생의 작품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대학원 첫 학기.

두 과목에서 1등을 했다.

얼떨결에 얻어진 1등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강해져 있었다.



“You are very strong."

맞다.

그의 말이 맞았다.

내가 인식하지 못한 나의 모습이었다.

내가 완벽주의라고 생각했던 나의 부정적 모습은, 긍정의 강한 모습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를 들며, 나의 근육을 키운 셈이었다. 과제를 해결할 때마다 나는 그만큼 강해졌고, 그만큼 성장했고, 뿌리를 단단히 박고 하늘을 찌르듯 서있는 나무가 되어 있었다. (주1)  


현재, 나는 나를 브렌딩 하고 있다.

그 시작은 나의 이름을 해체해서, 나를 대변하는 새로운 의미를 나에게 다시 부여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려 한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 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야겠다.

직접 경험을 해봐야겠다.

실험을 해봐야겠다.


오늘의 글처럼, 이 깊은 사유는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해준 말에서 시작해보려 한다.

요즘 나는, ‘내가 나를 가장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위에 계신 분들, 나의 모습을 지켜보신 분들이 나에게 해주시는 말씀을 들으면, 첫 번째 드는 생각은 당연히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고?”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내가 스스로 볼 수 없는 나의 모습이었다.

한참을 생각해야 그 이유가 찾아지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결국은, 나도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모습이었다.


이제 나는 또 공표한다!

정근아. 나는 나를 파악하고, 나의 문제 속 원인을 알고, 솔루션을 찾아 결과를 낼 것이다.


나의 장점은 좀 더 강화시키고,

나의 단점은 보완하여 성장시키고,

나의 장단점의 균형을 찾아 나를 올바르게, 곧게, 상승으로 키울 것이다.









주1) 멘탈의 연금술, 보도새퍼, 토네이도, 2020





글을 발행하고, 

그에게 링크를 보냈다. 

그리고 그가 헝가리의 하루를 마치고, 

답장이 왔다. 

기록으로 이곳에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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