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로 다시 돌아와서 짐을 풀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 집에 머물러 온 물건들은
마치 뿌리를 기억하듯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설명도, 망설임도 없이.
반면 새로 들어온 것들은
어디에 놓일지 조용히 묻는 얼굴로
잠시 내 손에 머문다.
나는 그들에게
'어울리는 자리'를 골라 내어준다.
정리를 반복하는 동안
하나의 감각이 천천히 올라온다.
이제야 나의 집이 되었구나.
그 감각은
단순히 이곳이 내 집이어서가 아니라,
한국에서의 삶이 모두
제자리를 찾아 평안해졌다는 느낌에서 건너온 것이었다.
과거의 시간들까지도
차분하게 정리된 들판처럼
고요해진 마음이었다.
찬장 안에 물건을 넣던
너무나도 평범했던 그때,
손끝에 닿는 감촉과
몸의 미세한 움직임,
주변의 공기까지
너무나도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나의 집에서,
나의 삶을 산다는 것은,
나의 집 밖에서
삶의 소음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고,
해야 할 일과 지나온 시간들이
더 이상 나를 붙잡지 않을 때,
비로소
집이 나만을 위한 안락한 공간을 내어주고
나를 조용히 품어주는 일이었다.
이 브런치북은
집이 편안해진 순간을 기록한 글이 아니다.
삶이 조용해진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한 고요 속에서
비로소 나의 삶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던
그 시간을 담아낸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