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인테리어 예쁜 쓰레기를 피하는 법

인테리어는 보여지는 공간이 아니라, 작동하는 공간

by 까칠한 한량

솔직히 말하자.
카페 인테리어를 시작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사진 잘 나와야겠죠.”


내 지인이 그랬다.

처음 카페를 열 때, 하루 종일 인스타그램에서 감성카페만 검색했다.
노출 콘크리트, 매트한 조명, 원목 테이블, 빈티지 의자…
그럴듯한 문구 하나까지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커피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예쁜 공간보다 더 중요한 건 작동하는 공간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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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이 모든 걸 결정한다


손님이 들어와 주문하고, 앉아서 마시고, 나가는 동선.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고 설거지를 하고, 손님과 눈을 마주치는 동선.
이 두 개가 겹치면 하루 종일 부딪힌다.

작은 카페일수록 먼저 길. 동선을 설계해야 한다.
인테리어는 그 길 위에 얹는 장식일 뿐이다.


바의 높이는 감성이 아니라 공학이다


지인도 처음엔 인테리어 업자가 하자는대로 바를 88cm로 맞췄다.
보기엔 안정감 있고 예뻤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바를 뜯어내고 95cm로 다시 올렸다.

바의 높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제빙기, 급·배수 라인, 하부장 구조가 함께 맞물린다.
특히 50kg 제빙기는 높이를 확보하지 않으면 배수가 막히고,
역류가 되는 일이 잦다.
제빙기 밑을 10cm 이상 공간을 띄워 배관을 위로 올려야 유지보수가 쉽다.


요즘은 평균 신장도 커졌다.
95cm 내외가 가장 현실적인 높이다.
너무 낮으면 허리가, 너무 높으면 어깨가 망가진다.

결국 바는 감성이 아니라 내 몸과 장비가 함께 작동하는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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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핑, 손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일

또 하나, 탬핑(tamping).
커피를 오래 내리다 보면 대부분 손목이 먼저 아프다고 한다.
잘못 배우셨다.

“탬핑은 손으로 하는 게 아니야.”


손은 그저 도구일 뿐,
힘은 몸의 중심, 복부에서부터 내려와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하루 종일 눌러도 압이 흔들리지 않는다.

바의 높이가 그래서 중요한것이다.


그게 바로 ‘프로의 탬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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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과 콘센트는 공간의 언어다


조명은 인테리어가 아니라 도구다.
바 존에는 흰빛, 홀에는 따뜻한 빛.
한 공간 안에서도 빛의 온도차가 있어야 분위기가 살아난다.


콘센트 역시 감성의 일부다.
한때는 회전률을 높이려면 콘센트를 숨겨야 한다고들 했다.
요즘은 반대로 콘센트 많은 자리가 단골석이 된다며 다들 경쟁하듯 만든다.

하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다.

카페의 콘셉트에 따라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다.
대화와 휴식이 중심인 공간이라면
너무 많은 콘센트는 오히려 분위기를 깨고, 손님 간의 교류를 끊는다.

결국 카공족만 남고, 회전율은 더 떨어진다.

공부하는데 방해되겠다. 다른 데 가자.”

그 순간, 내 손님은 떠난다.


콘센트는 매출 도구가 아니라 공간의 언어다.
내가 어떤 손님을 원하느냐에 따라
그 언어의 개수를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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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주인의 얼굴을 담는 일


페인트를 직접 칠하고, 조명을 달고, 벽돌을 쌓는 건 낭만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달 뒤면 조명 각도는 틀어지고, 콘센트는 작동 안 하고, 손님 발이 걸린다.
셀프 인테리어는 감성의 영역이 아니라 기술의 영역이다.
돈을 아끼려다 결국 두 배로 쓴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말이 이럴때 쓰라고 만들어 놓인 말 같지만


그렇다고 셀프 인테리어를 무조건 말리는 건 아니다.
나 역시 셀프로 카페를 만들고 있다...
비용도 줄었고, 무엇보다 내 컨셉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다만 노하우가 없으면 중구난방이 되기 쉽다.

색은 예쁜데 조도가 안 맞고, 의자는 멋진데 동선이 꼬인다.

나는 카페에서 가장 훌륭한 인테리어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바(Bar), 좋은 원두, 좋은 장비, 그리고 그것을 다루는 사람.
결국 커피의 품질을 결정짓는 건 장식이 아니라
그라인더와 에스프레소 머신을 다루는 바리스타의 손이다.


인테리어는 각자의 철학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문 앞에서부터 바 끝까지,
그 공간 안에는 반드시 주인의 얼굴이 보여야 한다.

그게 바로, 카페의 인테리어이자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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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의 한마디


카페의 진짜 인테리어는 향기와 소리다.
원두 향이 좋고, 음악이 자연스러우면 이미 성공한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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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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