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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잌 Dec 06. 2023

영화 <화양연화>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

끝까지 미완성으로 남아서 더 아름다운 이야기

최근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뭔가 글을 자주, 그리고 아주 길게 썼는데, 아마도 오늘 이 글을 마지막으로 당분간은 글을 쓰지 않을 것 같다. 연말이라 바쁘기도 하고, 뭔가 글을 너무 많이 쓰다 보니 가뜩이나 수준 낮은 나의 글 퀄리티가 더 떨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인생 영화, 불후의 명작으로 꼽는 -이동진 평론가도 별 5개를 주고 극찬한- 왕가위 감독님의 영화 <화양연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하는데, 제목에 대놓고 적은 바와 같이, 이 글은 나의 주관과 바람이 매우 강하게 섞인 해석임을 사전에 미리 말씀드린다.


나는 2000년에 이 영화가 거의 개봉하자마자 봤는데, 사실 그때는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았지만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가 하도 보자고 졸라서 어쩔 수 없이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물론 그때는 그다지 영화에 집중도 하지 않았고, 보고 나서 딱히 내용이 기억에 남지도 않았다. 아마도 이 영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몰입하기에 내가 너무 어렸던 게 아닌가 싶은데, 비슷하게 <이터널 선샤인> 역시 처음 봤을 때 너무 어려서 그 진가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한참 뒤에 다시 보기 전까지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라 생각했던 경험이 있다. 물론 지금은 둘 다 내가 매우 좋아하고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영화들이지만.


지금은 나의 인생 영화로 꼽는 <헤어질 결심> 역시 어렸을 때 봤더라면 별로 안 좋아했을 것 같은데, <헤어질 결심>을 본 후 오랜만에 <화양연화>를 다시 보니, 두 영화가 굉장히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헤어질 결심>이 <화양연화>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헤어질 결심> 포스터의 차 안에서 해준과 서래의 손이 닿아있는 장면부터가 <화양연화>를 오마쥬 한 것으로 보이고, <올드보이> 때부터 박찬욱 감독님이 심혈을 기울여 고르기 시작한 "벽지" 색감 역시 이 영화 속의 벽지 색감과 매우 유사함을 띤다. 그리고 영화의 주제나 분위기 역시 비슷한 편인데, 나는 개인적으로는 미장센이나 스타일리시함에서는 <화양연화>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헤어질 결심>이 좀 더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 생각한다.

<화양연화> (2000)
<헤어질 결심> (2022)

일단 <화양연화>는 미장센 부분에서는 이보다 더 뛰어난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데, 특히 색감이나 구도 등이 너무 세련됐다. 종종 스타일과 미장센에만 너무 신경 쓴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왕가위 감독님이지만, 이 영화는 지나치게 스타일에 치중한 나머지 깊이가 다소 떨어지는 <중경삼림>과 달리, 플롯도 개연성 있고 탄탄하며, 주연 배우들의 무르익은 연기력으로 인해 몰입도 역시 매우 훌륭하다.


이 영화는 영화의 스토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주인공의 배우자는 극 중 내내 단 한 번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항상 목소리나 기껏해야 얼굴 측면 약간 혹은 실루엣 정도만 보여주는데,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두 주인공들에게만 집중함으로써 영화와 주인공인 모운과 려진(주로 진 부인이라 불린다)에 대한 감정이입을 극대화시켜준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감, 그리고 그리 밝지 않은 조명과 명암의 적절한 활용 역시 이 영화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는데 한몫하며, 모운과 려진 사이의 긴장감을 생생히 전달하는 좁은 복도와 계단 등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을 슬로우로 잡는 연출도 너무 멋지고 스타일리시하다.

또한 이 영화는 거울을 많이 활용하는데, 거울에 비친 모습과 실물이 같이 프레임에 잡히는 연출이 각 주인공의 내면에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맘에 든다. 그리고 유독 카메라 앞에 얇고 비치는 커튼이나 병풍 같은 것을 두고 이를 통과해서 실제 찍으려는 장면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이들의 속마음을 보여준다는 은유적 장치로 보인다.

거의 모든 장면에 거울과 거울 속에 비친 주인공의 모습이 나온다.
얇은 커튼 등으로 시야를 살짝 가리는 장면도 많이 나온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려진 역의 장만옥 배우는 너무너무 아름답게 나오며 (예쁘다는 표현보다 아름답다는 표현이 훨씬 잘 어울린다), 모운 역의 양조위 배우도 정말 분위기 있고 멋지게 나오는데, 여기에는 의상팀의 공이 매우 크다. 양조위 배우의 우수에 찬 눈빛과 수트핏도 죽이지만, 특히 장만옥 배우가 완벽한 핏으로 소화해 내는 형형색색의 치파오들이 정말 최고였다.

의상팀이 진짜 열일했다.

이 영화는 OST 선곡 역시 기가 막힌데, 특히 한국 예능에도 자주 나와서 너무나도 유명한 클래식한 바이올린 선율의 ”Yumeji’s Theme”이 가장 인상적이다. 뭔가 엄청 격정적인 것 같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차분하고 고요하게 들리는 마성의 노래라 할까? 그리고 후반에 가서 자주 나오는 냇 킹 콜의 “Quizas, Quizas, Quizas”도 좋다. “Quizas”는 스페인어로 “perhaps”, 즉, “아마도” 혹은 ”어쩌면“이라는 의미의 단어인데, 애매한 려진과 모운의 관계에 아주 찰떡이다. 왕가위 감독님은 감미로운 선율만이 아니라 노래 제목의 의미도 고려해서 선곡했을 것이 분명하다.


사실 영화를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는 내가 왕가위 감독 같은 대가의 연출이나 의도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도 웃긴데, 어쨌든 정말 스타일리시하고 멋진 작품이라고 표현하는 것 정도는 너무 주제넘게 보지 않아 주시면 좋겠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느낀 감정이나 해석은 주관적인 것이니, 기억에 남는 대사나 장면에 대해선 조금 더 자신 있게, 그리고 약간의 억지나 나의 바람도 좀 섞어서 이야기해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닿을 듯 말듯한 관계


모운과 려진의 관계는 자신의 부인과 남편이 서로와 바람을 피우고 있음을 알게 된 후 그 둘의 불륜이 어떻게 시작됐을지 궁금해하며 상황극을 하면서 시작되는데, 그 과정에서 그들 역시 불륜에 비슷한 관계로 발전하는 게 재미있다. 하지만 둘이 함께 일본으로 여행까지 떠나버리는 등 빼박 불륜인 서로의 배우자들과는 달리, 모운과 려진은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이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선을 넘지 않으려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데, 종종 상황극을 하는 척하면서 본인의 속마음을 슬쩍 드러내며 모운의 마음을 떠보는 려진의 모습이 정말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극 중 려진은 영화 초반에 항상 차를 마실 때 한 모금 마시고 컵 위에 덮개를 덮는데, 이는 단순히 따뜻한 차를 즐겨 마시고, 차를 최대한 오래 따뜻하게 유지하려는 중국의 식문화일 수도 있지만, 내게는 려진이 모운에게 끌리는 마음을 의식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리고 려진은 늘 일부러 둘 사이의 관계를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표현하는데, 특히 모운이 본격적으로 무협소설을 쓰기로 마음먹고 작업실로 사용할 호텔로 와서 도와달라고 하자 돈이 아깝다, 옆에서 지켜만 보는데 무슨 도움이 되냐고 새침한 표정으로 거절할 때 너무나도 빈말인 게 느껴진다. 사실 그녀는 알고 있다. 모운이 그녀로 인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녀가 단순히 옆에 있어 주기만 해도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의욕을 북돋아 주는지, 그리고 그녀가 그가 쓴 글을 읽어주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누가 봐도 진짜 내가 왜 필요하냐고 묻는 게 아닌 새침한 표정

려진도 말은 그렇게 하지만 결국 모운에게 끌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호텔로 찾아가는데,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전화를 걸어서 와달라고 이야기하는 남자, 호텔 계단을 수도 없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고민하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도도하게 방문을 두드리는 여자 둘 다 너무 순수해 보이고 뭔가 귀엽다.

딱 박찬욱 감독이 선택할 법한 색감의 벽지

나는 특히 모운이 고민 끝에 호텔로 자신을 찾아온 려진이 집으로 돌아가기 직전 "당신이 올 줄 몰랐어요"라고 아주 살짝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 대사를 하는 양조위 배우의 표정이 정말 오묘하다. 속으로는 너무 좋고, (예상과 반대로 좋은 쪽으로) 놀랐으면서도 애써 덤덤한 척하며 최대한 살포시 기쁨과 고마움을 표현하는 게 마치 <헤어질 결심>의 해준 같다.

이 기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려진과 모운은 틈만 나면 "우린 그들하곤 다르니까요"라는 말을 하는데, 이것은 절대 그들이 도덕성의 우위로 우쭐함이나 우월감을 느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불륜이 들통나서 주위의 비난을 받을까 봐 두려워서도 아니고. 오히려 서로를 진심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불륜으로 인해 그들의 아름답고 순수한 교감에 불륜이라는 꼬리표가 씌워져서 퇴색되는 것이 싫고, 또 두려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서로 좋다고 대놓고 함께 여행을 떠나버리고 (아마도) 육체적 관계를 갖는 서로의 배우자들보다 더 숭고하고, 진실된 감정을 나누는 사이임을 표현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물론 서로 간의 선을 넘지 않으려는 노력 및 리마인더의 의미도 있지만.


즉, 이들에게 이 플라토닉 하기만 한 관계는 그만큼 소중하고 보호하고 싶은 것이다. 흔히 듣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 보내준다는 말은 거의 대부분 핑계, 아니면 본인의 죄책감을 덜기 위한 비겁한 변명일 때가 많은데, 이 둘의 경우는 정말로 서로 사랑하고, 서로와의 관계를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헤어지는 것이 맞다.

그들과 다르기 때문에 헤어지는 두 사람

결국 모운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아름답게 남기기 위해 싱가폴로 떠나 버리는데, 그토록 사랑하는 여자를 끝내 잡지 못하고 떠나는 그의 속마음은 얼마나 아쉬웠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의외로 이때 극 중 내내 애써 둘의 관계를 부정하고 별 것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던 려진이 용기 내서 그를 잡는데, 이미 모운은 려진이 그녀의 남편을 떠나지 못할 것을 알고 있고, 려진에 대한 마음이 커질 대로 커져버려서 지금처럼 같이 호텔방에서 소설을 쓰는 정도로는 만족할 수가 없다.

우리만 아니면 된 거 아니냐 묻는 려진 (그녀로서는 대단히 용기를 낸 적극적인 표현이다)

여기서 그를 붙잡고 싶어 하는 려진을 옆에 두고 "두 사람의 시작이 궁금했었는데, 이제 알겠어요."라고 말하며 작별인사를 하는 모운의 모습이 너무나 덤덤해서 오히려 더 슬프게 다가오는데, 마지막까지 헤어지는 상황극을 하는 장면에서, 연기가 아닌 진심으로 그녀에게 남편 잘 지키라고 하면서 잠깐 손을 잡았다 놓고 떠나가는 모습, 그리고 그녀가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자 진짜도 아닌데 바보같이 왜 우냐고 장난치듯 그녀를 위로하는 모습에서 정말 가슴이 아팠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신경 안 썼어요.
 그들처럼은 안 될 거라 믿었죠.
 근데 아니었어요. 당신은 남편을 떠날 수 없잖아요.
 그래서 내가 떠나려고요."

-모운의 작별 인사


솔직히 말하면 난 이 장면 이후의 <화양연화>는 -특히 려진이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시점부터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 뒤로 서로 찾아가고, 연락했다가 엇갈리는 모습이 초중반부의 아슬아슬해서 더 설레는 관계에 비해 뭔가 질척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다. 심지어 영화 막판에는 려진과 모운이 극 중 내내 그들에게 심적고통을 줬고, 그래서 그토록 비난했던 그들의 배우자들처럼 잠자리를 함께 했고, 려진이 모운의 아이로 보이는 듯한 아기까지 낳아 혼자 키우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까지 나오는데, 나는 그게 초중반의 아슬아슬하지만 선을 지키려 애쓰던 그들의 모습에 비해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비록 그게 훨씬 더 현실적인 전개라 하더라도. 그래서 나는 마치 아직도 <건축학개론>에서 수지가 유연석과 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굳게 믿는 것처럼, 그들이 끝까지 선을 넘지 않는 순수한 사랑을 했다고 믿으련다.

급 현실적으로 변하는 전개

In the Mood for Love


역시 내 브런치에서 약간의 영어 관련 내용은 빼놓을 수 없는데, 이 영화의 영문 제목은 <화양연화>와는 의미가 전혀 다른 <ln the Mood for Love>이다. 영어로 "In the mood for (something)"이란 표현은 뭔가가 하고 싶다, “땡긴다”라는 의미인데, 간단히 예를 하나 들자면, 저녁을 뭐 먹을지 이야기할 때 “I’m in the mood for some Chinese food tonight”이라고 말하면 “오늘은 중국 음식이 땡기는데?”라는 의미가 된다. 비슷한 표현으로는 "I feel like (something)"이 있는데, 위에서 예시로 쓴 오늘은 중국 음식이 땡긴다는 표현은 "I feel like eating some Chinese food tonight"이라고 하면 된다.  


어쨌든 영화의 원 제목인 화양연화(花樣年華)는 한자로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시간을 의미하는데, 이 제목은 바로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 한자의 의미를 그대로 담은 영어 제목을 붙였어도 됐을 텐데, 굳이 다른 의미의 제목을 붙인 의도가 좀 궁금한데, 아마도 영화 속에서처럼 선을 넘지 않은 채로 살짝살짝 표현하는 게 아니라, 더욱 적극적으로, 그리고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서로에게 다가가고 싶은 둘의 속마음, 그렇지만 끝끝내 그러지 못하는 아쉬움과 쓸쓸함에 포커스를 두려 했던 게 아닐까 생각된다. 마치 한없이 아름답게 피었다가 이내 시들어 버리는 꽃(花)처럼, 이들의 사랑도 짧지만 아름답게 피었다가 결실을 맺지 못한 채 끝나 버리는데, 이런 면에서는 처음부터 중문, 영문 상관없이 <화양연화 - In the Mood for Love>가 영화의 풀 제목이었다라면 정말 완벽했을 것 같다.


말할 수 없는 비밀


"옛날 사람들은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을 때 어떻게 했는지 알아? 산에 가서 나무에 구멍을 낸 다음 거기다 비밀을 털어놓고 진흙으로 막았대. 그럼 비밀은 그 나무에 갇히고 아무도 모르는 거야."

-극 중 모운이 친구에게 한 이야기


이 이야기를 들은 모운의 친구는 자신처럼 솔직한 사람은 걱정이 없지만, 모운처럼 뭐든 마음에 담아 두고, 생각이 많은 사람은 비밀이 많다고 하며, 가장 친한 친구인(것처럼 보이는) 그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으라 하지만 모운은 끝까지 입을 열지 않는다. 나도 모운처럼 머릿속에 늘 생각이 많고, 마음속 깊은 생각과 감정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잘 털어놓지 않는 편인데, 이렇게 살면 삶이 참 피곤해진다.


모운은 마지막에 (살짝 뜬금없이)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 가서 신전의 벽에 뚫린 구멍에 대고 그의 비밀을 털어놓는데, 정확히 뭐라고 이야기하는지는 들리지 않는다 (참고로 이 장면은 마찬가지로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마지막 장면과 더불어 내가 실제 대본 상의 대사는 무엇이었을지 가장 궁금해하는 장면이다). 단순하고 뻔한 려진에 대한 사랑 고백은 분명 아니었을 것 같고, 한번 모운에 이입해서 생각해 보자면, 왠지 더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한 후회와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이야기보다도 더 꺼내놓기 힘든 게 마음 속 깊은 후회와 미련인데, 모운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어떤 심정으로 캄보디아에 갔는지는 충분히 알 것 같다.

모운이 털어놓은 건 비밀이 아니라 후회와 미련이 아니었을까?


"그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거기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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