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염없는 느림에 대하여
엄마가 돌아가신 지 50일이다.
엄마의 병증이 심해지면서부터 매번 상상해오던 순간이었지만 엄마의 부재는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도무지 집에서는 돌볼 상황이 되지 않아 기어이 병원에 모셨고 그곳에 계시는 거라고 '그냥' 생각한다. 집에서 , 당신이 주무시던 침대 위에서 생을 마감하셨는데도 그렇다. 엄마는 없지만 엄마는 있다. 그런 것 같다. 49제를 지내고 와도 마찬가지다. 엄마의 반송에 꽃이 활짝 피어난 걸 보고 와서도 엄마는 여전히 상상 속의 병원 어딘가에 누워 계시는 것만 같다.
엄마와 작별한 이후 내게 두 가지 변화가 생겼다.
나를 둘러싼 시간이 너무나 더디게 흐른다는 것,
둔하기만 하던 나의 청각이 너무나 예민해져서 이제 그 어떤 소음도 견디기 힘들다는 것.
참 이상하다.
하루의 시간은 측량할 수 없을 만큼 느린데 그 하루가 모인 날들은 또 너무나 빠르게 지나간다.
이 엄청난 모순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참 이상하다.
나는 그 어떤 소음에도 굴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취약점이라면 또 극강의 취약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작은 소리마저도 견뎌내기 힘들다.
목소리, 전화소리, 자판 두드리는 소리... 다만 바람소리만 위안이 된다.
엄마가 떠난 후 엄마를 꿈속에서라도 다시 보고 싶었다.
별의별 이상한 꿈을 다 꾸면서도 엄마는 볼 수 없었다.
그러다가 3일 전 엄마를 보았다.
정말 엄마였을까.
엄마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은 아니었을까.
시간은 너무 더디게 흐르고
모든 것이 너무나 시끄럽고
나는 매일 잠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