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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슬 좋은 부부의 은밀한 절세 비법

부동산 명의 전쟁

by 하기

금슬 좋은 부부의 은밀한 절세 비법 : 부동산 명의 전쟁


탐욕의 그림자, 단독 명의의 유혹


서울 강남의 아파트 모델하우스. 김철수(55세)는 막 분양받은 고가 아파트의 평면도를 보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수년 전부터 투자한 종잣돈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옆에 있던 아내 이영희(53세)가 조심스레 물었다. "여보, 이번 아파트는 우리 공동명의로 하는 게 어때요? 뉴스 보니까 양도소득세 절세에 좋다고 하던데."


철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야, 여보. 당신은 살림만 했지, 돈은 내가 벌었는데. 굳이 복잡하게 공동명의 할 필요 없어. 어차피 취득세는 똑같잖아? 나중에 팔 때도 내가 알아서 할게."


철수의 속마음은 따로 있었다. '내 이름으로 된 재산이 많아야 내 권위가 살지. 나중에 혹시라도 삐걱거리면 귀찮아지기도 하고.' 그는 영희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은밀한 욕심을 부렸다. 결국, 아파트는 김철수 단독 명의로 등기되었다.


영희는 섭섭했지만, 평생 남편을 믿고 살아왔기에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그래, 어차피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 받을 건데 큰 차이 없겠지.'


세금 폭탄, 탐욕의 대가


10년 후, 그들이 분양받았던 아파트 가격은 세 배 가까이 폭등했다. 철수는 은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집을 팔기로 결정했다. 매매가는 30억 원. 시세 차익은 엄청났다.


철수는 잔금을 치르고 몇 달 후, 세무서로부터 양도소득세 고지서를 받고 망연자실했다.


"세금이… 6억 5천만 원이라고?"


그는 당황하며 세무사를 찾아갔다. 세무사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사모님 명의로 공동명의를 하셨다면, 양도소득세는 약 4억 5천만 원 수준으로 줄었을 겁니다."


철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집값은 똑같은데 어떻게 세금이 2억 원이나 차이가 나요?"


세무사는 칠판에 그래프를 그리며 설명했다. "양도소득세는 소득이 커질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 구조입니다. 선배님은 단독 명의였기에 20억 원의 양도 차익 전체가 선배님 한 사람의 소득으로 잡혔죠. 결국 최고 세율 구간이 적용되어 세금이 폭증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부부 공동명의(지분 50:50)였다면?" 세무사는 펜을 들었다. "양도 차익 20억 원이 각각 10억 원씩 부부 두 사람의 소득으로 나뉘어 계산됩니다. 과세표준이 분산되면서 적용되는 세율 구간이 낮아지는(세율 분산 효과) 동시에, 기본 공제(250만 원)도 부부 각각 두 번 받을 수 있어 세금 자체가 확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단독 명의 욕심이 2억 원의 세금 폭탄이라는 화를 부른 겁니다."


철수는 자신의 단독 명의 욕심이 뼈아픈 현실로 돌아왔음을 깨달았다. 탐욕이 부른 대가였다.


금슬 좋은 부부의 비밀 통장


같은 동네에 사는 박영호(58세)와 한지민(56세) 부부는 철수 부부와 달리 모든 재산을 공동명의로 해왔다.


"지민 씨, 우리가 합쳐서 이룬 재산인데, 명의도 같이해야지!" 영호는 늘 지민의 기여를 인정했다. 그들은 10년 전 아파트를 살 때도 취득세는 단독 명의와 같다는 것을 알았지만, 오직 양도소득세 절세를 위해 공동명의를 고수했다.


마침 영호 부부도 비슷한 시기에 집을 팔았다. 그리고 그들이 받은 양도소득세 고지서는 철수 부부와는 완전히 달랐다.


"여보, 우리가 낸 세금은 4억 5천만 원이네. 2억 원이나 아꼈어!" 지민은 신이 나서 외쳤다.


영호는 미소를 지었다. "공동명의는 단순히 세금을 아끼는 기술이 아니야. 부부 금슬의 증명이지. 서로의 기여를 인정하고 나누는 마음이 있어야 공동명의가 가능한 거잖아. 우리가 금슬 좋은 부부라서 세금도 절세된 거라고 봐야지."


며칠 후, 낙담한 철수가 영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호는 철수에게 세금 계산의 원리를 설명해주며 마지막 조언을 건넸다.


"철수야,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아. 갑자기 상속받아 일시적 2주택이 되거나, 시골에 집을 사 귀향 준비를 하는 경우처럼 말이야.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라도, 그리고 미래의 양도소득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부부 공동명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걸 잊지 마."


김철수는 뒤늦게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단독 명의로 하려던 욕심이 그에게 2억 원이라는 쓰라린 교훈을 안겨주었다. 영호와 지민 부부는 부부의 신뢰와 사랑이 세금까지 아껴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테크 비법임을 확인하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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