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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아파트의 배신

고가주택과 징벌적 세금의 그림자

by 하기

황금 아파트의 배신 : 고가주택과 징벌적 세금의 그림자


꿈의 실현, 1세대 1주택의 착각


강남 테헤란로 인근의 주상복합 아파트 '팰리스 스카이뷰'. 이곳 40층에 거주하는 박성민(62세) 씨와 아내 최미경(60세) 씨는 오랜 꿈을 이룬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었다. 20년 전 8억 원에 매입한 이 아파트는 현재 시세가 무려 20억 원으로 치솟았다.


박 씨는 은퇴 후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이 아파트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2년 이상 거주했고, 이 집이 유일한 주택이었기에 마음 편했다.


"미경 씨, 이 집 팔면 20억이야! 8억에 사서 12억을 벌었지! 우리 1세대 1주택이니까 양도소득세는 한 푼도 안 낼 거야. 그걸로 제주도에 그림 같은 집 짓고 살자고!" 박 씨는 호탕하게 웃었다.


마침내 아파트는 20억 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되었고, 박 씨는 12억 원의 차익에 대한 세금 '제로'를 기대하며 잔금을 받았다.


세무사의 냉정한 계산, '고가주택'의 덫


잔금을 받고 한 달 후, 박 씨는 양도소득세 신고를 위해 세무사 김태수(40세)를 찾아갔다. 세무사는 박 씨가 건넨 계약서를 보더니 미소를 지우고 냉정한 표정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박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시세차익이 엄청나시네요. 하지만 아쉽게도 이 주택은 '고가주택(12억 원 초과)'에 해당됩니다. 따라서 양도소득세가 과세됩니다."


박 씨는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요? 1세대 1주택은 비과세잖아요! 제가 이 집 외에 다른 집이 어디 있습니까!"


"맞습니다. 1세대 1주택은 맞지만, 양도가액이 12억 원을 초과하면 세법상 '고가주택'으로 분류됩니다. 세금 폭탄은 아니지만, 비과세 혜택이 전체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적용되는 거죠. 이른바 '징벌적 과세'가 아닌, 형평성을 고려한 정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세무사는 박 씨 앞에 계산 결과를 내밀었다.


세무사는 복잡한 공식을 칠판에 적었다.


고가주택 양도소득 = 전체양도차익 *(양도가액-12억원/양도가액)


"선생님의 경우, 전체 양도차익 12억 원 중에서 12억 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양도차익만 세금을 내야 합니다."


결국, 12억 원의 차익 중 4억 8천만 원에 대해서만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것이었다. (나머지 7억 2천만 원은 12억 원 이하 부분에 해당하여 비과세 혜택 적용)


공제까지 안분하다니, 섬세한 징벌


박 씨는 망연자실했지만, 그나마 전체 차익에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러나 세무사는 마지막 절세를 위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역시 이 공식으로 계산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선생님처럼 10년 이상 보유하면 장특공제 혜택이 매우 크지만, 이 공제액 역시 고가주택 비율만큼만 적용됩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전체장기보유특별공제액 *(양도가액-12억원/양도가액)


결국, 박 씨는 최종적으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했다. 비과세 대상자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박 씨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내가 이 집 하나를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쳤는데, 내 집을 팔고도 세금을 내야 한다니…." 박 씨는 중얼거렸다.


세무사는 따뜻한 목소리로 위로했다. "선생님, 고가주택 기준은 늘 변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집의 가치가 20억 원이라는 겁니다. 세금은 아깝지만, 선생님은 이미 큰 자산을 일구셨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12억 원에 해당하는 양도차익 부분은 온전히 비과세 혜택을 받으셨습니다. 이것이 세법이 선생님의 1세대 1주택의 노력을 완전히 외면하지 않은 형평성 정책의 결과입니다."


박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12억 원을 초과하는 '황금 아파트'는 더 이상 '완전한 무세금 주택'이 아니었다. 그는 뒤늦게 세법을 이해하며, 부동산 매매는 단순한 거래가 아닌 '세법의 복잡한 규칙'을 따르는 행위임을 깨달았다. 그의 노후 계획에는 예상치 못한 '세금'이라는 큰 변수가 끼어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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