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원으로 세운 성벽

by 하기

100만 원으로 세운 성벽


1. 설계: "씨앗은 가장 작을 때 심어야 한다"


강남의 한 조용한 한정식집. 수백억대 매출을 올리는 IT 서비스 기업의 수장 한회장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자신이 일군 이 거대한 성을 딸 미래에게 넘겨주고 싶지만, 정공법으로 주식을 증여했다간 절반이 세금으로 날아갈 판이었죠.


"미래야, 오늘부터 넌 자본금 100만 원짜리 '미래 인베스트'의 주인이 되는 거다."


한회장은 딸에게 성인 증여재산공제 한도인 5,000만 원 중 딱 100만 원을 떼어주며 법인을 설립하게 했습니다. 미미한 출발이었지만, 이것이 나중에 거대한 성벽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죠. 법인의 주식 가치가 '0'에 가까운 지금, 미래는 단돈 100만 원으로 회사의 지분 100%를 손에 쥐었습니다..


2. 빌드업: "아버지의 그림자, 딸의 성취"


법인이 세워지자 한회장의 '마법'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업적 노하우와 인맥을 동원해 '미래 인베스트'에 일감을 연결해주고 전략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회장은 영리했습니다. 상증세법 제45조의5(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의제)라는 무시무시한 부메랑을 알고 있었거든요. 그는 딸의 법인에 무작정 돈을 퍼주지 않았습니다. 모든 거래는 철저히 '시가'를 기준으로 기록했고, 자신이 제공한 용역에 대해서도 정당한 대가를 따졌습니다.


회사는 한회장의 후광을 등에 업고 매년 무섭게 성장했습니다. 5년 뒤, 100만 원이었던 법인의 가치는 100억 원이 되었습니다.


3. 위기: "세무조사관의 방문"


어느 날, 국세청의 베테랑 조사관 '강철수'가 들이닥쳤습니다.


"자본금 100만 원짜리 회사가 5년 만에 100억이 됐다니, 이건 명백한 우회 증여 아닙니까?"


조사관은 미래의 출자 자금 출처부터 이 잡듯 뒤졌습니다. 하지만 미래는 당당했습니다.


"조사관님, 여기 5년 전 아버님께 합법적으로 증여받은 5,000만 원에 대한 신고서와, 그중 100만 원을 출자한 기록입니다. 그리고 모든 거래는 시가대로 진행된 계약서가 여기 있습니다."


한회장은 덧붙였습니다.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도 검토했지만, 우리 업종이 해당되는지 요건을 맞추느라 밤잠을 설쳤죠. 법 테두리 안에서 움직였습니다."


4. 결말: "합법적인 왕관의 전수"


조사관은 혀를 내두르며 돌아갔습니다. 한회장은 단 한 푼의 추가 증여세 없이, 딸에게 100억 원 가치의 우량 기업을 물려주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래는 이제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성을 다스리는 여왕이 되었습니다. 100만 원이라는 아주 작은 씨앗이, 아버지가 공들여 가꾼 토양 위에서 거대한 거목으로 자라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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