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수학과 대학원 일기
좋은 날이다.
좋은 날입니다.
학교가 나더러 짐을 싸 나가라고 한 날이네요.
나는 여기서 학위를 이어가기에 적합하지 않으니,
다른 친구들에 비해 한참 미진하니,
나더러 나가랍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부족한 건 사실이니까요.
점수가 말해주는데 그걸 어쩌겠습니까.
내가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걸 내가 알고 있는 것과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나에게 부적격자 표식을 달아주는 게
같겠습니까.
학업을 등한시 한 적 없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았는데
이제는 모든 게 다 버겁습니다.
수학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세상 모두가 내가 부적격자라 말하고 있는데
나만 수학을 한다고 아집을 부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는 것이 너무나 힘이 듭니다.
나는 그 어디에도 적법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슬픔에 빠져 있을 새도 없이
다음 스텝을 고민하고
내가 취해야 할 액션을 진행하는 것이
너무나도 힘이 듭니다.
이곳에서 나가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정말 많습니다.
강사로 일할 수도 있고 토목을 계속해도 되겠습니다.
구조공학으로 대학원을 새로 들어가도 되겠지요.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저에게는 수학을 계속하는 것만큼 기껍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모자라고 바보인,
그 수준으로 앞으로 어떻게 벌어먹고 살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 학생이겠지만,
그 학생에게도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살고 싶은 삶이 있습니다.
나는 왜
무슨 벌을 받아서
고등학교 때부터 계속 나의 존재를 부정당하고
또 거절당하고
또 좌절하는데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려진 저주인형처럼
비척 비척 일어나 또 살아가는 게
이제는 정말 힘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