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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잡이 JINI Aug 14. 2024

"아빠, 홍어 먹어 봤어?", 사춘기 아들과 홍어 먹기

사춘기 아들과 추억 만들기, 홍어 삼합을 함께 먹어 보았습니다.

사춘기 아들이 부르네요.

"아빠, 홍어 먹어봤어?, 좋아해?, 맛이 어때?"

"왜, 홍어! 맛이 좀 독특하지, 냄새도 나고~, 삼겹살 하고, 삭힌 김치랑 먹으면 맛 괜찮아~"

뜬금없이 홍어삼합을 물어보기에 궁금했습니다.

"근데, 왜? 먹어보고 싶어?"

"어~, 영상에서 봤는데, 먹는 사람들 표정이 무척이나 재미있어 보여서~"

아마도 애청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았는가 보다.

"표정이 어땠는데?"

"외국사람들이 먹는 표정이 무척이나 재미있었어~, 코를 잡기도 하고, 눈이 커지기도 하고~"


말이 짧은 아들이 흥미로운지, 재미있는지 말이 길다.

이럴 땐 당장 먹으러 가야 한다.


"그럼, 오늘 저녁 홍어삼합, 콜~"

"콜~"

역시 대화가 짧다. 그게 편하다.


집에서 20분 거리에 홍어삼합을 파는 식당이 있는데,

'걸어갈까? 차를 끌고 갈까?' 고민을 잠깐 했다.

'홍어삼합에는 막걸리 한 잔 하면 좋은데~, 걸어가자고 해 봐야겠다.'


"걸어갈까?"

"알았어, 걸어가~"


아빠인 나도 홍어를 먹고 싶어서, 돈을 내고 찾아서 먹으러 다니는 마니아가 아니다. 회사 다니면서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함께 먹을 수 있는 정도 수준이다. 한데, 사춘기 아들이 먹자고 하니 갑자기 먹고 싶어지는 느낌이 드는 건, 무엇일까~


걸어서 홍어를 판매하는 식당으로 향했다. 사는 동네에 있는 식당이지만, 지나다니면서 항상 보는 식당이지만 20년 만에 처음 방문하는 것이다. 먹을 일이 없었으니까~


식당에 들어서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역시 홍어집 느낌 나는 식당이네, 천장에는 막걸리병이 붙여져 있고, 메뉴판도 단순하게 현수막 1장에 표현되어 있다. 홍어삼합 2인분을 시키면 홍어찜과 애탕을 서비스로 준다네요.


"홍어삼합 2인분 주세요~"

사장님이 사춘기 아들과 눈을 맞추더니, 물어보신다.

"학생인 거 같은데, 몇 학년?"

"중 3 이예요"

"홍어 먹어봤어?

"아니요. 처음 먹어보는 건데요"

"허~, 먹기 쉽지 않을 텐데~, 그래도, 맛 들이면 맛있단다."

사장님도 신기하신가 보다.

"아들이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와봤습니다. 맛있게 만들어 주십시오~"

그냥 기분이 좋다.


홍어삼합이 나왔다. 삭힌 홍어와 삼겹살 수육, 묵은지가 나왔다. 문어숙회는 서비스로 조금 주셨다.

나온 홍어삼합을 보더니, 아들이 삭힌 홍어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본다.

"헉~, 냄새가 약간, 아니 고약한데~"

"먹을 수 있겠나~?"

"음~ 먹을 순 있을 것 같아~"

"자, 홍어를 놓고, 삼겹살을 올리고, 묵은지를 얹어서, 마늘 고추를 올리고 먹으면 되는데, 마늘 고추는 먹지 않으니, 쌈장만 올려서 먹어봐~, 처음에는 약간 냄새가 나지만 씹으면, 그 냄새가 사라지고 먹을만하단다."


젓가락을 들고, 시킨 데로 만든다. 그냥, 재미있다.

먹은 후의 모습이 상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홍어를 놓고, 삼겹살을 올리고, 쌈장을 넣고, 묵은지를 큰 것을 고르더니 감싼다.

'잘하네~'

아빠의 눈을 마주친다. 웃는다.

사춘기 아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궁금증과 먹을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과 유튜브의 외국인들의 반응을 상상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입으로 가져간다. 입에 넣고, 처음 음식을 씹고는 눈이 동그래진다. 삼합을 씹는다. 표정이 재미있다.

'약간 놀란 표정과 먹었다'는 웃음끼가 넘치는 오묘한 표정이다. 입에 가득 찬 삼합을 오물거리면서 재미있는가 보다. 삼킨다.


사춘기 아들의 홍어삼합의 감상평은 짧다.

"맛이~, 냄새가~, 근데, 먹을 만하네~"


나쁘지 않다. 즐겁게 오늘 추억 쌓기를 할 수 있는 예감이 든다.

 점 먹더니, 삼겹살 수육만 쌈짱에 찍어 먹는다.

"아빠, 여기 삼겹살 수육 정말 맛있어~, 먹어봐~"

"홍어는 어떤데~"

"음~, 홍어, 먹을 만 해~"

어깨가 올라간다. 그 어렵다는 홍어 먹기를 통과한 희열을 느끼는 것일까? 외국인의 유튜브 반응보다는 괜찮다는 내용을 모두 포함한 반응인 듯싶다.


홍어삼합을 만들어서 몇 번을 먹더니, 삼겹살 수육으로 젓가락이 더 많이 간다.

"아빠~, 역시 홍어보다는 삼겹살이 더 맛있는 것 같아~"


아들에게 물어봤다.

"아들, 아빠 막걸리 한 잔 해도 되나~"

"그래, 한 병만, 많이 먹으면 엄마한테 혼나~"

아들은 항상 엄마 편인가 보다.

아들의 호기심 넘치는 표정을 보며 막걸리를 한 잔 한다. 그냥 기분이 좋다.

서비스로 나온 문어숙회와 삼겹살에 젓가락이 자주 가는 아들을 보며, 재미있단 생각이 들었다.


식당 주인이 재미있으신가 보다.

"맛있나~, 학생~"

"음~, 삼겹살은 맛있습니다. 홍어는, 음~ 먹을만합니다."

"자, 이건 서비스, 홍어찜과 애탕인데 먹어봐~"


홍어애는 홍어의 내장이다. 홍어애탕은 먹을 때, 독특하게 톡 쏘는 느낌을 국물에서도 느낄 수 있다.

아들이 애탕의 냄새를 맡고, 한 숟가락 뜨더니, 먹는다. 인상이 찌그러진다.

홍어삼합은 삼겹살과 김치가 톡 쏘는 향을 중화시켜 주지만, 애탕은 그 느낌 그대로이다.

더 이상 먹지 않는다.

"아빠~, 이건~, 음, 내 입맛엔 아닌 거 같아~"


옆에서 보던 식당 아저씨와 내가 웃으니, 아들도 웃는다.

홍어찜도 한 점 먹어보더니, 홍어의 쫀득한 식감이 없는 느낌과 향이 입에 맞지 않는 듯싶다.


홍어삼합을 함께 먹어준 사춘기 아들이 고마워서~

"아들~, 삼겹살 수육, 여기 정말 맛있다.~ 한 접시 더 시켜줄까?"

"어, 삼겹살 수육 정말 맛있는 것 같아~, 다음엔 엄마와 누나도 같이 와서 먹어볼까?"

삼겹살 수육을 1인분 더 시켜주었다. 잘 먹는다.


나는 아들의 속셈을 알 수 있었다.

먹기 힘들다는 홍어를 본인은 먹어보았고, 그 낯선 경험을 엄마와 누나가 마주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특히나, 누나의 과장된 반응을 보고 싶었으리라~'


막걸리 한 병의 취기가 돈다. 짧은 대화가 일상인 사춘기 아들과 오래간만에 많은 대화를 해본 듯싶다.

'아들~, 사랑한다. 다음엔 또 다른 것도 함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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