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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entMeditator Oct 12. 2024

새벽에 다시 피어난 노래



몇 년 전 우연히 마후마후라는 아티스트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는 그저 마음을 이끄는 멜로디에 매료되어 하루 종일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곤 했지요. 

그런데 세월이 흘러 새벽녘 조용한 방 안에서 다시 그의 노래를 들으니 그때와는 또 다른 감정들이 밀려왔습니다. 

이제는 50대가 된 제게 그 음악은 더 깊고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당시엔 단순히 감성적인 곡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의 노래가 전하는 메시지가 조금씩 다가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삶의 단면들이 이제는 마음 깊은 곳에 와 닿아서일지도 모릅니다.




마후마후라는 이름을 다시 떠올려 보니 그가 2010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우타이테로 시작해 작사 작곡 보컬까지 폭넓게 도전하며 스스로를 "뭐든지 하는 사람"이라 말하곤 하지요. 

특히 그의 노래에는 중2병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젠 그 감정이 그저 유치하게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복잡함을 마주하고 고민했던 흔적들이 오히려 어른들의 마음에도 울림을 주고 있는 것이지요. 

그의 노래가 세대를 초월해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 그의 노래를 들으며 "칠판의 한자는 읽을 수 있어도 정작 사람의 마음은 읽을 수 없다"는 구절이 제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나이를 먹으며 우리는 참 많은 걸 배우지만 정작 누군가의 진심을 이해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은 가끔씩 어쩌다 이해하게 될 뿐 그조차도 쉽지 않음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느끼게 되지요. 

그러면서도 우리 마음을 검게 물들이는 것이 과연 무엇일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진정한 어른이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도요. 

어른으로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 걸까요 도덕적 경계와 인간다움 사이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는 걸까요




예전에는 이런 질문을 가볍게 흘려보내곤 했습니다. 

살다 보면 언젠가 알게 되겠지 싶었지요. 

하지만 이젠 그 질문이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며 잠시 어른이 아닌 사람으로서 그 질문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 왠지 모를 위로가 느껴집니다. 

어쩌면 그의 음악 속에 담긴 질문들이 제가 걸어온 길 위에서 잠시 쉼표를 찍어주고 다시 그 길을 돌아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문득 오랜 친구와 함께 저녁의 작은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인생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마음 한편에 늘 있던 질문들이 결국은 변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지요. 

우리는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걸까요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마후마후의 노래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감정의 파편들을 단순히 설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아냅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지나온 나의 시간과 만나게 되고 때로는 알 수 없는 위로를 받게 됩니다.




저도 이제는 그가 던지는 질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 질문들은 여전히 제게 남아 있습니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세상이 더 쉬워지는 것은 아니기에 그의 노래는 앞으로도 제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겠지요. 

그리고 그 울림은 오래도록 잔잔한 여운으로 제 곁을 떠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도 그의 음악이 제게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오랜 친구처럼 남아주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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