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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를 생각하면 아련한 그 무엇이 떠오른다

루피시아 5548. Naniwa I love you

by 미듐레어 Aug 1. 2023

보부상님께서 전해주신 마지막 오사카 한정. 정확히는 오사카 우메다한신 한정의 나니와 알라뷰. 143을 보자마자 I love you가 떠오른 고인물. 삐삐세대 암호인데 이걸 아직도 쓰는구나. 728은 나나 이치 하치라서 나니하? 이런식으로 썼나보다. 왜 나니하가 아니고 나니와인지는 모르겠음. 그리고 왜 ‘무엇은 알라뷰’ 같은 해괴한 이름인지도 모르겠는데 찾아보니 오사카의 옛 지명이 나니와라고 한다. 그래서 ‘오사카 알라뷰’라는 뜻이라고. 오사카 아저씨로 빙의해서 그런 걸 알겠냐! 빽 하고 싶은 심정이다.

728143이라 적고 나니와 알라뷰 라고 읽는다

개봉하면 진짜 복잡한 웃음이 터지는데 망고향과 함께 복잡한 향이 잔뜩 올라오면서 정말 별별 재료가 다 들어있다. 이게 뭐야 싶어서 앞을 보면 오렌지와 망고로 향을 입힌 오사카 거리처럼 밝고 활기찬 차라고 한다. 뒷면을 열심히 번역기 돌려보니 드라이망고, 로즈페탈, 오렌지필, 해당화, 마리골드, 노란 잇꽃이 들어갔습니다.라고. 오사카는 정말 열심히도 섞나 보다. 점점 알 수 없는 오사카의 이미지. 생각보다 망고는 향만 입혀져 있어서 보이기론 그냥 꽃밭 블랜딩이다. 여기에 오렌지필이 꽤 큼직하게 여럿 들어있어서 트와이닝의 레이디 그레이 처음 봤을 때 인상이 떠오른다.

다양한 꽃잎과 오렌지 껍질이 들어있는 파쇄도가 높은 건엽

300ml, 6g, 2.5분. 로즈페탈이 진짜 옛날 장미차 마냥 작은 꽃이 봉우리째 들어가고 큼직한 해당화 잎이 너풀거리니까 비주얼은 정말 압도적이다. 오랜만에 티포원에 우렸는데 뚜껑 열고 보인 가련한 꽃잎에 뭔가 마음이 뭉클하다. 그리고 꽃을 때려 넣어 그런지 earthy 한 ㅋㅋㅋ 향이 난다. 엑, 혼또니? 한 모금 마셔보니 흙맛! 새콤함! 달달하고 복잡한 꽃향기! 모든 것이 소용돌이친다. 약간의 수렴성과 함께 민트향도 느껴진다. 처음엔 약간 어이가 없어서 허허헣 웃다가 생각해 보니 오사카 친구들에게 설레는 로망이 느껴졌던 게 이런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매력이 숨김없이 발산되는 점 때문이지 않았던가. 와 맞네 오사카. 이거 향이 뭔데 그라노. 맞다 맞아 이거야말로 첫사랑의 향이다.


물의 비중을 대략 1로 잡으면 1g에 1ml로 생각하고 300g을 부어주면 300ml이 된다. 나풀거리는 해당화 꽃잎이 사진을 찍어보려 요리조리 하는 사이에 가라앉아 버렸..
수색은 평범

마시고 보니 이 차, 여름밤에 잘 어울리는 차인데 달달하면서도 꽃향기가 짙은 초여름에 손잡고 산책하던 그 시절 청춘의 맛과 향이다. 급하게 아이스티를 만들어본다. 100ml, 3g, 2.5분, 얼음 가득한 컵에 따라냈다. 과자 한 조각으로 입에 남아있는 꽃밭을 지워내고 아이스티를 마셔본다. 공기 중에 어지럽고 화려하게 떠돌던 향이 차분하게 정리되어 향긋하고 상쾌하다. 좀 더 나긋나긋하고 조곤조곤하게 다채로운 향이 다가온다.

모든 걸 쥐어짜 낸 청춘의 그 어떤 무엇 같은 그런 거 같은 젖은 찻잎들




나니와 알라뷰. 이름이 왜 사랑해인지 알 것 같은 차였다. 끗.



추천곡. 여름 밤 탓 - 슈가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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