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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콤함이 실수라면 영원하기를

루피시아 5618. 트릭 오어 티!

by 미듐레어

할로윈을 생각하면 이제 파티하고 노는 생각보다 슬픈 마음이 먼저 들어서 막 그렇게 즐기고 싶다는 느낌은 확실히 덜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할로윈이라고 하면 이제 본격적으로 날이 쌀쌀해지고 그래서 반팔티로 밖에 다니기는 좀 그렇고 뭔가 걸쳐야 하는 시기, 그리고 썸머타임이 끝나서 한 시간 더 긴 밤을 보내는 날이 그즈음인 그런 시기로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다. 확실한 건 본격적으로 단풍이 무르익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차가움의 시기가 시작된단 이미지인데 그래서인지 버터리한 과자 베이커리의 달달한 향이 따뜻함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트릭오어티 같은 마롱티 계열의 차들이 땡기기 시작한단 뜻인데 할로윈이라는 날짜와 트릭오어티의 마롱티 조합은 정말 찰떡이란 생각이다. 매년 마시게 되는 트릭오어티, 50g 봉입으로 950엔이고 상미기한은 제조 2년. 2년 사이에 50엔이 오르다니 꽤나 가파른 물가상승이다.

토리츠쿠 오 티이-

밀크티 추천의 가향차로 기본적으론 마롱티 계열이고 캬라멜과 쿠키류의 향이 뒷받침되는 차. 라벨은 예전과 동일하다.

아마쿠 코오바시이 쿠리 또 캬라메루 노 야키가시 오 이메에지 시따, 하로우인 겐테이 노 코우차. 미루쿠 티 니 모.
달콤하고 고소한 밤과 캬라멜의 구운과자를 이미지 한 할로윈 한정 홍차. 밀크티에도.

마실 때마다 본격적으로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듯한 설레는 향이라서 참을 수가 없다. 매년 구매.

노랑빨강 설렌다고

봉투를 열자마자 달달한 향이 짙게 터져 나온다. 올해 마롱가향을 정말 짙고 달게 해서 봉투를 열자마자 좀 놀랐을 정도. 다시 잘 맡아보면 아몬드 구워놓은 듯한 향도 나긴 하는데 기존에는 적당히 마롱향이 나는 과자류 같은 느낌이었다면 올해는 확신의 마롱가향으로 스트레이트로 마실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짙은 향이다. 건엽을 덜어내어 보면 아몬드 조각과 핑크페퍼 토핑이 예쁘게 자리 잡아 있다. 인도와 케냐홍차 조합으로 아마도 씨티씨로 말려있는 게 케냐라고 생각된다.

페코 표정이 되어버리는 존맛탱

확신의 밀크티이기 때문에 10g의 찻잎을 예열된 팟에 넣고 100도씨의 물 300ml에서 2.5분 우려내고 기분이 내키는 대로 연유를 넣어주었다. 역시나 찻물의 향 자체가 너무 달달하다. 거기에 달달한 연유를 넣었으니 시판 달달한 밀크티만큼 달다는 느낌이 든다. 기본적으로 차의 베이스가 부드러운 편이라 우유를 영국식으로 부어서 마시게 되면 자칫 단 향에 비해 맛이 밍밍해질 수 있을 텐데 연유와의 조합이 차의 바디감을 떨어뜨리지 않는데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바꿔 말하면 스트레이트로 마셨을 때 수렴성이 강하지 않은 부드러운 차에 단내 폴폴 나는 마롱티를 마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무실에서 갓 우려낸 차를 따르면 주변에서 달달한 향이 난다고 몰려들 정도. 하지만 수렴성은 강하지 않고 가향도 역하게 치고 올라오는 것 없이 아주 부드럽다.

훌륭했다

시즌티는 어찌 됐든 일 년 내내 생산하는 게 아닐 테니 배치 간의 생산 간격도 크고 그래서 매년 조금씩 다른 부분도 상시품에 비해 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런 간극을 어떻게 맞추는지는 모르겠으나 올해의 느낌이 평년과 다르게 조금 실수한 부분이 있는 거라면 앞으로도 계속 실수해 주면 어떨까 싶다. 인상적으로 잘 뽑힌 올해의 트릭오어티로 2025년 빈이라고 어디 메모라도 해놔야 할 판. 내년에도 이거 똑같이 내놓으면 안 잡아먹지! 싶은 맘이 드는 올해의 할로윈 한정차 트릭오어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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