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shallow

2019년 2월 27일

by 제인

아카데미 버프로 특별 재개봉한 스타이즈본을 드디어 봤다. 흔한 음악 영화겠거니, 음악이 나오는 흔한 사랑이야기겠거니 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불가능한 것에 대한 가능성, 성취에 대해 말하며 동시에 사랑에 실패하고 상실하는 이야기였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정말 너무 좋다. 이 영화로 레이디가가는 한 해에 그래미, 아카데미, 바프타, 골든글로브에서 전부 수상한 최초이자 유일한 아티스트가 됐다. 어쩌면 레이디가가 본인의 전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영화였다. 모두가 안될 거라고 했던 사람. 자신의 재능을 믿는 사람은 본인 뿐이었던 사람. 그 모든 불가능함을 뚫고 shallow에서 자신을 올려 보인 사람. 그게 온전히 영화에서 드러났고 또 그 모습에서 발걸음을 뗀 내가 보여 슬펐다. 여러모로 많은 영감과 깨달음을 준 영화였다. shallow의 가사에서 나에게 필요한 알맹이를 보았고, I'll never love again에서 진부한 클리셰가 주는 신선한 감정의 자극을 느꼈다. 엔딩에서는 나도 모르게 거의 인상 쓰다시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는데 이건 백 퍼센트 자신의 목소리에 서사를 담은 레이디 가가의 자력이었다.


영화가 끝나도록 눈물이 마를 새가 없던 우리 엄마. 참 소녀 같다. 어쩌면 내가 이 나이에도 새로운 꿈을 꾸는 이유는 나이 55세인 엄마가 아직도 소녀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내 중심이자 술친구이자 가끔은 보살펴야 할 동생 같다가도 중요한 순간에, 내가 무너지려고 할 때,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기에 나는 이 여자를 사람으로서 사랑하고 딸로서 좋아하며 인생 후배로서 존경한다. 어른이어야 할 때 어른일 줄 아는 사람, 그녀의 좋은 점만을 가져오고 그 뿌리에서 내가 나답게 서는 것. 그것을 목표로 삼아야겠다. 매번 걸음마를 떼는 것 같은 하루를 살며 불안해도 앞으로 걸어갈 수 있는 이유는 이 튼튼한 울타리 덕분이라고, 당연한 것은 사실 당연한 것이 아님을 한번 더 자각하며.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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