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통의 꿈

똥통은 생각했어요.

‘나는 똥통임이 분명해. 다들 나에게 냄새나는 것만 던지잖아. 그러니 나는 똥통의 역할을 해야해. 모두 자신의 역할이 있는거잖아. 비록 저 멀리 반짝이는 꽃병이 부럽지만 말이야..’

똥통은 냄새나는 자신이 싫었지만 어느새 이것이 자신의 운명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똥통에게 일생일대의 사건이 일어났어요.

글쎄, 누군가 똥통에게 ‘꽃’을 던지지 뭐예요.

‘?? 나는 똥통인데 왜 꽃을 준거지..? 그런데.. 꽃이 들어오니 나도 향기가 나네..?나도.. 똥통인 나도..’

똥통은 그윽한 향기가 나는 자신이 어색했지만 그 향기가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랐어요. 그 향기를 영원히 맡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게 왠일이에요.
그 소중한 한송이의 꽃이 시들어 버리고나니 자신에게서 다시 예전의 그 고약한 똥냄새가 나지 뭐예요. ㅜㅡㅜ

너무나 오랫동안 똥을 담아왔거든요. 나는 똥통이니까. 똥통의 역할을 해야만 하니까. 모두 자신의 역할이 있는 거잖아요.

똥통은 좌절했어요.
그리고 또 생각했어요.

‘그래. 역시 나는 똥통이야. 내 모양도 딱 똥통처럼 투박하게 생겼잖아. 꽃병처럼 늘씬하고 예쁘지도 않잖아. 그저 우연히 꽃을 한번 받았던 것 뿐이야. 그저 그뿐이야..’

똥통은 자포자기하며 다시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갔어요. 익숙한 냄새가 나에게 맞는 냄새라고 위로하며 말이지요.

그런데.. 그런데..

그 한송이가 자신에게 주었던 그 그윽한 향기를 잊을 수가 없었어요. 절대..잊을 수 없었던, 자신에게서 뿜어나오던 그 그윽한 향기..

평생 꼭 자신의 몸에서 나게 하고 싶은, 그 향기에 취해서라면 바로 지금 죽어도 좋을 것 같았던 그 향기..

그래서 똥통은 마침내 결심했어요.

‘그래.. 비록 나는 똥통의 모양을 타고 났지만 나는 이제부터 내 몸에 꽃을 심을거야. 이제부터 사람들이 던지는 똥은 다 퍼내 버릴거야. 그리고 내 몸에 꽃을 심을거야. 내 스스로 말이야. 나는 향기나는 내가 되고 싶거든.’

그래서 그날부터 똥통은 자신에게 꽃을 심기 시작했어요. 비록 투박한 모양을 타고난 똥통이지만 꽃을 심을수록, 자신에게서 나는 향기가 진해질수록 똥통은 자신의 타고난 모양에도 자신이 생겼어요.

투박한 모양이라서, 그래서 더 꽃을 많이 심을 수 있다고, 그래서 더 여러가지 꽃을 심을 공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오늘도 똥통은 자신에게 꽃을 심고 있어요. 아직도 투박한 모양만 보고 똥을 던지는 사람들이 간혹 있지만, 똥통은 슬퍼하지 않아요. 다시 퍼내고 또 꽃을 심으면 되니까요.

언젠가, 꽃의 향기가 더 진해지면 그때는 똥통도 완전한 꽃병이 될까요?

이제는 늘씬한 꽃병이 부럽지 않아요. 스스로에게서 나는 향기도 꽤 근사하거든요.

똥통은 오늘도 꽃을 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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