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을 좋아하는데,
순대국집에 가면 꼭 실화극장 같은 프로가 틀어져있다.
치매 시아버지를 내연남과 함께 살해한 며느리 얘기 등등인데, 놀랍게도 모두 실화이다.
쯧쯧 어머나 어머나 하시며 말그대로 깜놀하며 집중하며 보시고, 나도 자극적인 내용에 자꾸 결말이 궁금해 그쪽을 흘낏 거리게 됐는데,
중요한 것은 이런 것을 자주 보다 보면, 마음 한켠에 이상한 위로를 받을지는 몰라도(나는 그래도 저 사람들에 비해 정상이고 평범하니 이 정도면 행복하다는.......)
저런 것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첨엔 쯧쯧 거리며 봤을지 몰라도 우리 무의식에 계속 저런 자극적인 것을 흡수하다보면 더 큰 자극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우리 일상의 소소한 일들은 점점 더 지루하게 느껴지고 어디 주위에 뉴스거리 없나 하고 또 자극을 찾아나서게 된다.
고유정 사건이 굉장히 끔찍한 사건이긴 하지만, 끔찍한 사건의 너무 빈번한 보도는 우리의 정신을 함께 망가뜨린다.
어릴 때는 자연을 많이 접하는게 좋다고들 한다.
자연에는 자극적인 것이 없다.
인위적인 것도 없고, 지루할 정도로 평화롭다. 우리를 이리 쥐고 저리 쥐고 흔들어대고 눈을 휘둥그레 만들고 귀를 시끄럽게 만들고 너는 이렇게 돼야 해 나는 잘났어 이런 메세지를 전달하지 않는다.
그저 그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우리가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듯이.
자극적인 것은 자극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키고,
자연스러움은 자연스러운 평화를 가져온다.
좀 더 자연을 많이 접하고, 산책하고, 대화하고 (그 대화가 진짜 쓸데없이 느껴진다 하더라도),너의 눈을 보고, 내 발걸음이 가벼운지 살피고,
너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와 딱히 상관 없는 비극적 혹은 엄청 희극적 인생을 사는 제 삼자에게 관심 갖기 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