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항상 티비를 틀어놓으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미용사라는 고된 직업에도 일주일 단 하루 쉬는 날, 집안을 청소하신 후 쉬는 시간 없이 바로 모임에 급하게 나가시곤 한다. 집에 들어오시면 보든 안 보든 티비를 켜시고 켠 채로 잠이 드신다.
알고 있다.
이 모든 행동의 이유는 외로움이라는 것.
외로움이 찾아오기 전에 원천봉쇄를 하시는 거라는 것.
[행복의 기원] 이라는 책에서는 외향적인 사람이 행복을 더 잘 느끼고 내성적인 사람들조차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때 더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맞는 말 같다.
나는 활발함을 가장하는 내성적인 사람이지만 나도 사람들과 잘 어울려질 때 그 순간 행복을 더 느낀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처럼 인간 사회에 살다보니 필요에 의해 활발함을 가장하다 보면 정말 활발해져 나도 모르게 행복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어찌됐건 내성적인 사람도 사람들과 어울릴 때 행복을 더 느낀다는 말은 맞다고 생각이 들지만 나는 내성적인 사람답게 혼자 산책을 하거나 혼자 책을 읽고 혼자 멍 때리는 시간이 더 편하고 일부러 그런 시간을 더 많이 가지려 한다.
진하고 따뜻한 밀크티를 좋아해서 임신 때도 포기하지 못 했는데 사람들과 잘 어울려지는 그때의 행복감은 아마도 밀크티를 마시는 특별함같다.
맛있고 또 이런 맛을 느끼고 싶다.
그럼 혼자 있을 때는 어떠한 기분인가.
막 행복해하며 이 순간이 너무 즐거워!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외로운 것도 아니다.
비유하자면 맹물같은 느낌이다.
아무런 특별한 맛도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또 딱히 질리지도 않는다.
(하루 왠종일 목 마를 때마다 물 대신 밀크티를 마신다고 생각해보시라)
우리는 행복이라 하면 바로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만 떠올리고 그것으로만 인생을 채우고 싶어한다.
그리고 우리 마음처럼 채워지지 않는 것들에 실망을 하고 우리의 인생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갈증은 맹물로 풀어야 한다.
밀크티는 가끔 먹으면 맛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텁텁하다. 점점 더 목이 마르다.
우리가 자꾸 인생에 갈증이 생기는 것도
우리가 맹물의 위력을 간과했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은 우리를 ‘살리는 것’은 맹물인데 말이다.
물은 목이 마를 때 마시는 것이 아니라
목이 마르기 전에 수시로 마셔줘야 건강에 좋다고 한다.
우리도 의식적으로
마음의 맹물을 수시로 마셔줘야 한다.
그것이 혼자만의 산책이든, 책이든,
혼자 눈 감고 즐기는 상념이든 말이다.
맹물로 갈증을 해소한 우리는
더욱 더 밀크티를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