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아침

by 메가스포어 megaspore

난 가끔 상상한다.

살인자가 맞이할 끔찍한 ‘아침’을.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맑은 새파란 하늘, 너무나 명료한 나의 생각, 기운 넘치는 나의 몸.

이거 분명 전날 밤의 나와는 다른데...?

뭔가 뒤틀리고, 만사가 귀찮고, 이 모든 것의 허무함을 ‘새삼’(맨날 느끼면서 뭘 또 느끼니..) 온몸으로 느꼈던 ‘전날밤’의 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부끄러워질 정도로 맑은 하늘을 보면, 다시 희망이 솟는다.(어떤 것에 대한 희망인지는 모르면서도)

그런데 이미 전날밤 자신의 뒤틀린 기분에 살인을 저질러버린 ‘돌이킬 수 없는’ 살인자가 바라보는 새파란 하늘과 명료한 생각, 기운 넘치는 몸은 그 자체로 지옥이다.

그러니, 우리 몸이 지칠대로 지친, 생각이 넘칠대로 넘친, 감성이 풍부하다 못해 ‘헤퍼’지는 밤 시간에 어떤 중대한 결정이나 무언가를 ‘폭발’시켜버린 것은 잠시 미루자. 다음날 아침으로.

화가 났을 때 정말 내 자신도 믿지 못할 정도로 차갑고 잔인한 말을 계속 쏟아내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곤 한다.

그럴 때는 차라리 핸드폰을 열어 메모장에 이 xx xx 어쩌구 저쩌구 분노를 쏟는게 낫다. 물론 직접 퍼부어야 순간적으로 시원한 느낌이 들겠지만,

그러면 우리는 다음날 살인자의 아침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모든 일에는 후환이 있다..

마지막 그 한마디, 가슴에 담아두었던 그 잔인한 생각을, 제발 화났을 때 터뜨리지 말자. 이 모든건 다음날 아침에 해결하자고 생각하자.

푹 자고 일어난 우리는 생각할 것이다.

‘오늘 날씨가 좋네..^^ 다행이야. 이 모든게..’

우리는 굉장히 변덕스럽다.

다행이다. 우리가 변덕스러운게.

작가의 이전글쓰나미, 거대한 쓰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