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가 살얼음 내를 건너듯

by 메가스포어 megaspore

노자의 도덕경에는
'코끼리가 살얼음 내를 건너듯 하라'는 구절이 있다.

코끼리가 겨울에 살얼음판인 시내를 건너면 당연히 시내에 빠져 위험에 빠질테니 그만큼 매사에 조심하여 행동하여야 한다는 말인데,

나는 이것이 인간관계를 할 때 특히 중요한 법칙이 아닌가 싶다.

인간관계처럼 아슬아슬하고 깨지기 쉬운 것이 있을까.

한이불을 덮고 몇십년을 살아도 그 사람 속내를 알기 어렵고 님이 남이 되는 것도 한순간이다.

어떠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매사에 조심조심 불편해서 어떻게 살아!!
할말은 하고 살아야지!!"
(사실 나는 시어머니께 들었다..)

언뜻 생각하면 그렇다.

매사에 처음 만나는 사람 대하듯이 항상 존중의 태도로 모든 것을 조심해서 대하면 불편해서 그 인간관계는 더이상 오래 지속되지 못 할 것 같다.

인간관계가 모름지기 편해야지 그렇게 매사에 조심하면 도대체 불편해서 어떻게 사냐는 것이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은 정말 주위 배려 안 하고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면 아랑곳없이 말과 행동을 한다.

그러면서 본인은 올바른 일을 했다고 믿고 나는 상대방을 위해서 모든 말과 행동을 했노라고 결코 악의는 없었노라고 나와 당신은 가깝기 때문에 내가 이런 말도 하는 거라고 스스로를 변호한다.

얼핏 공격처럼 느껴지는 말과 행동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어리둥절하다.
뭔가 기분은 상하고 자신이 존중받지 못 한것처럼 느껴지지만 다 너를 위해서라는, 다 우리가 친하기 때문이라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그 선의를 이해하지 못 하는 자신의 속좁음을 탓한다.

한번 이런 구조로 관계가 형성되고 나면 한쪽은 가해자, 한쪽은 피해자, 한쪽은 충고자, 한쪽은 수용자 식으로 그 관계 구도는 고정되기 마련이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인간관계에서 점점 자존감이 낮아지지만 무 자르듯이 끊기도 애매하다. 상대방의 생각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친해서'이기 때문이다.
친하다는 사람을 어떻게 무 자르듯 끊겠는가.

코끼리가 살얼음 내를 걷듯 하라는 것은 매사에 초조하게 불안불안해 하면서 목숨 걸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저 그 정도로 우리는 상대방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충분히 존중하면서도 그 사람과 격이 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다.

우리는 종종 극과 극에 빠진다.

존중하라 하면 너무 신경 쓰느라 사이가 불편해지고
편하게 지내라 하면 또 너무 내 마음 편한대로 하느라
그 사람을 배려 못 하곤 한다.

[프로이트의 의자]라는 책에서 보면 우리는 말과 행동을 굉장히 신경 써야 한다고 나온다. 말투나 억양, 표정 등 나의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이런 것들이 누군가의 무의식과 만나면 나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나는 그럴 의도가 없었어. 라고 내 스스로 변호해보지만
인간관계의 옳고 그름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관계를 맺는 그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아무리 좋은 보약이라도 그가 싫어하면 억지로 먹이는 것은 그에게 폐가 된다. 내가 아무리 선의를 가졌어도 상대방이 싫어하면 그건 옳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매번 진짜 살얼음판에 빠질까봐 항상 온갖 예의를 갖춰 불편하게 사람을 대하는 것만이 정답은 또 아니다.

그런 사람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왠지 부담스럽다;
"사람은 착한데......."란 말이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인 건 알겠는데 왠지 재미가 없다.

사람은 어느정도 자기 속내를 드러내야, 나의 망가진 모습, 안 좋은 모습까지 보여줘야 조금 더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모두 우리의 타고난 개성이 있다.

거침없는 말투가 매력인 사람도 있고
가끔은 남을 깍아내리는 듯한 유머를 구사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자신만의 개성대로 인간관계를 하다보면
누군가는 나를 좋아해주고 누군가는 나를 싫어하며 태클을 건다.

이럴 때 우리는 인간관계의 옳고 그름은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며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나는 나의 개성대로 살 권리가 있지만 그 개성대로 살았을 때 상대방이 그것을 거부한다면 나는 최소한 그에게만큼은 나의 버릇과 습관을 고치거나 그게 자신이 없으면 더 이상 그를 괴롭히지 말고 나는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나면 된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하며
주위 사람들이 모두 (본인 생각에) 악의라곤 전혀 없는
나를 받아주길 바라며 인간관계를 하면 정말 곤란하다.

우리는 살얼음판을 걷듯이 조심조심 상대방을 존중해야 하면서 나의 개성도 맘껏 드러내며 사는 것이 최선일테다.

가끔은 인간관계란 것이 내 마음처럼 되질 않아 속상할 때가 있다. 사람들이 내 마음 같지가 않은 것이다.
내가 선의를 가지고 대한다고 다 선의로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은 홀로 산 속에 들어가 맘 편히 아무도 신경 안 쓰고 살고 싶을 때도 있다. 그 곳에서는 아무도 나를 오해하지 않을테니..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우리는 무섭다 무섭다 하면서도 놀이공원에 가면 어김없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무서우면 안 타면 될 것이지 참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는 그 스릴을 즐기는 것이다.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는 그 짜릿한 스릴 말이다.

인간관계도 참으로 살얼음판처럼 깨지기 쉽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피곤하다고만 여기지 말고

이것을 하나의 예술작품 다루듯이,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 조각을 해나가듯이,

그렇게 깨지기 쉬운 우리의 인간관계를
하나씩 만들어나가면 어떨까.

인생에서 고통의 시간도 괴롭지만
고통만큼 괴로운 것이 '권태'인 것 같다.

예스맨처럼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인간관계를 해 '권태'에 빠지지 말고

'밀고 당기기' 로
심혈을 기울여 하나씩 조각을 해나간다는 심정으로
인간관계를 대해보자.

그러면 어느 순간
'권태'가 '스릴'로 바뀌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뭐, 조각날을 너무 휘둘러버려 돌이킬 수 없이
조각이 망쳐져 버렸어도 너무 슬퍼하지 말자.

어차피 인생은 과정 아닌가.

우리는 심혈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이미 최선을 다 했다.

그걸로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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