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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가스포어 megaspore Dec 07. 2022

친근한 불친절

중국 남편과 결혼 후 중국 심천에 일년 살다가 홍콩으로 넘어와서 십년 가까이 살고 있는데, 처리할 일이 있어서 심천을 간만에 갔다왔었다.


중국이란 나라가 솔직히 아직은 우리나라만큼은 서비스가 좋지 않다던가 (그릇을 거의 던져서 준다던가) 개인의 위생상태가 좀 지저분하다던가 (지금은 내가 더 지저분해졌지만) 그런 느낌이 많은데,


오랜만에 심천에 가서 (지금은 모르겠지만 내가 갔을 때만 해도 버스 안내양분이 계셨다) 다시금 예전 내가 느꼈던 분위기를 (버스 안내양분이 굉장히 무뚝뚝하고 불친절하다던가, 엄청 많은 오토바이들이 위험천만하게 휙휙 지나다닌다던가) 느꼈는데,


이상하게도 예전에 느꼈던 싫다는 느낌이 아닌  이 모든 것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불친절한 버스 안내양분도 (오히려 예전과는 다르게 친절하셨으면 뭔가 이상했을 것이다) 예전과 모든 것이 ”같은“ 느낌이라는 점에서 친근했고 과거 추억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런 불친절도 ‘추억소환’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게 신기했다.


예전에 내가 겪었던, 아니 겪었다고 생각했던 나의 안 좋은 느낌들, 나를 표현하지 못했던, 다른 이들도 이해하지 못했던, 별로였던 과거들을 지금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나쁜 것을 보고 치를 떠는 사람이랑 나쁜 것을 보고 연민을 느끼는 사람은 어디에서부터 그런 차이점이 생겼을까.


무조건 용서가 좋다고 할 수도 무조건 분노가 좋다고 할 수도 없지만,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그 대상이 아닌 나한테서 나오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결국 따뜻한 세상을 원하면, 내가 먼저 세상을 따뜻하게 대하고, (그 대상이 아닌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니까), 불친절을 보면 나도 그럴 때가 있음을 떠올리면 덜 예민해질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아직 존재하고 싶은 것은 정말 너가 있어서다. ‘너’는 계속 바뀔지 모르겠지만 난 살아가기 위해 날 필요로 하는 ‘너’가 필요하고 그런 너가 있다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너가 날 필요로 한다는 것도 고맙고 나는 그런 너를 필요로 한다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다. 또 다시 우리 사이가 예전같지 않더라도 세상을 향해 다가가려는 우리의 어설픈 노력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멈추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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