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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의 편안함이 불러온 균열

by 대건

새로운 팀에 온 지도 어느새 두 달이 되어 간다. 구역도 눈에 익었고, 동선이며 순서며 이제는 몸이 먼저 움직일 정도로 익숙해졌다. 고객 클레임도 없이 배송은 늘 평온하게 흘러갔다. 그만큼 내 하루도 한결 여유로워졌고, 마음까지 느슨해지는 시간이 찾아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편안해질수록 주변의 시선은 점점 불편해졌다. 두 달 남짓 여유롭게 지내는 동안 보이지 않던 불만이 하나둘 쌓여 가는 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는 말없이 표정을 통해, 누군가는 슬쩍 던지는 말 속에 그 기류를 담아왔다. 내가 찾아낸 균형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불균형처럼 보였던 것이다.


앉은뱅이 의자를 하나 가져다 놓고, 나는 허리에 무리 없이 앉아 물건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적재할 때 퍼즐 맞추듯 조립하는 과정이 은근히 재미있어서, 조금 천천히라도 정확하게 쌓는 편이 마음이 편했다.

그런데 그런 내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다들 허리를 굽혀 가며 서둘러 적재하는 와중에, 혼자만 느긋하게 앉아 있는 사람이 있으니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겠지. 공동 공간에서 유독 눈에 띄는 행동은, 그것이 나쁜 의도가 아니라 해도 괜히 거슬리는 법이다.


그 작은 장면 하나에서부터 그들이 불편함을 느낀 이유는, 어쩌면 내가 그들보다 물량이 적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이 팀으로 왔을 때부터 물량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물량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부담을 나에게 조금이라도 넘기고 싶어 하는 기류가 보였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물량에 충분히 만족했고, 더 늘릴 생각은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굳이 더 할 필요도 없었고, 물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퇴근이 늦어지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내가 그 제안을 거절한 뒤였다. 결국 다른 사람이 그 물량을 떠안아야 했고, 그는 평소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퇴근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때부터였을까. 내 선택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부담으로 넘어가고, 그 불만이 말없이 쌓여 가는 기척이 서서히 느껴졌다. 그러자 사소한 말들도 조금씩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편하게 적재한다는 뉘앙스, 일찍 퇴근해서 여유롭다는 식의 비아냥이 은근히 들려왔다. 겉으로는 농담처럼 흘려도, 말끝에 묻어 있는 감정은 쉽게 숨겨지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일이 터졌다. 혼합물류를 분류하다가 모르는 부분이 있어 옆 동료에게 물어본 순간이었다. 사실 처음 팀에 왔을 때부터 느껴왔던 기류였다. 이 팀은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주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것도 모르냐’는 비아냥과 조롱이 기본값처럼 따라붙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묻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번만큼은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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