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조직이라는 이름의 그물

by 대건

"그렇게 내 시간을 확보하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텼지만, 결국 무너졌다. 무너뜨린 건 따로 있었다. 팀원의 부탁, 그 안에 담긴 절박함이었다. 겨울을 앞두고 물량을 더 받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혔는데, 그의 하소연을 듣는 순간 그 결심이 힘없이 흔들렸다. 매일 오후 8시, 9시를 넘기고, 때로는 밤 10시에야 집에 들어간다는 그의 말을 듣고 나니,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순간 사라져버렸다. 그의 사정 앞에서 나는 자연스레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팀장의 마음도 읽히는 듯했다. 오후 두세 시면 끝나는 나와, 밤까지 남는 그를 바라보는 팀장의 시선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정해진 할당량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버텼지만, 간곡한 부탁 앞에 선 나는, 이 팀에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한 사람으로서 내게 우호적인 사람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긴 비록 개인사업자들의 모임이지만, 결국 팀장이 있고 관리자가 있는, 작지만 확실한 ‘조직 사회’였으니까.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대건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무엇이든 자주 생각하고 곱씹으면, 그것이 마음의 성향이 될것이다"

541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5화두 달의 편안함이 불러온 균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