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내 시간을 확보하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텼지만, 결국 무너졌다. 무너뜨린 건 따로 있었다. 팀원의 부탁, 그 안에 담긴 절박함이었다. 겨울을 앞두고 물량을 더 받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혔는데, 그의 하소연을 듣는 순간 그 결심이 힘없이 흔들렸다. 매일 오후 8시, 9시를 넘기고, 때로는 밤 10시에야 집에 들어간다는 그의 말을 듣고 나니,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순간 사라져버렸다. 그의 사정 앞에서 나는 자연스레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팀장의 마음도 읽히는 듯했다. 오후 두세 시면 끝나는 나와, 밤까지 남는 그를 바라보는 팀장의 시선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정해진 할당량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버텼지만, 간곡한 부탁 앞에 선 나는, 이 팀에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한 사람으로서 내게 우호적인 사람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긴 비록 개인사업자들의 모임이지만, 결국 팀장이 있고 관리자가 있는, 작지만 확실한 ‘조직 사회’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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