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교통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오늘은 지원배송을 나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는 ‘오늘만큼은 못 한다고 말해야지’ 하고 다짐하며 출근을 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서 보니 상황은 내가 생각한 그림과 전혀 달랐다. 독감에 걸린 동료가 비틀거리며 서 있었고, 얼굴빛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잿빛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는 여러 생각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함께 어려움을 나누자는 분위기를 강조하는 팀이지만, 오늘만큼은 나도 책임을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동시에 이 사람은 늘 내 편에 서주었던 동료였다는 기억이 스쳤다.
반대로, 교통사고로 비어 있는 다른 구역은 나와 거의 교류가 없는 사람이 맡던 곳이었다. 그 구역을 도는 것도 가능했지만, 그 사람의 성향이나 상황은 내가 잘 알지 못했다. 조직이라는 건 결국 관계의 조합으로 움직인다. 누구와 함께 일할지, 어떤 선택이 나에게 유리할지, 어떤 쪽이 내 오늘을 덜 복잡하게 만들지, 이런 계산은 순간적으로 끝난다. 나는 그 판단을 아주 빠르게 내렸다.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로 했던 사람에게 가는 것이 맞겠다고.
문득 예전 팀이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가장 어려운 구역을 자원해서 맡았었다. 그것이 성실함이라고 믿었고, 언젠가 누군가 그것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선택은 나를 더 깊이 소모시켰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희생을 반복하는 것보다, 나를 지켜내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걸 택배 3년차에 와서야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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