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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는 없다: 엇갈린 선택의 끝에서」

by 대건

결국 그는 떠나기로 했다. 행선지는 옆 동네의 다른 지점이다. 나에게는 상의 한마디 없이 내려진 결정이었다. 이곳 팀장은 내게 그 형님을 잡아달라고 부탁했지만, 이미 마음이 뜬 사람을 돌려세울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는 내 설득을 오해했다. 이미 이곳을 떠나 새로운 팀에 자리를 잡은 내가, 팀장의 사주를 받아 자신을 이 힘든 구역에 묶어두려 한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얼마 전, 물량이 부족해 허덕이는 형님에게 내 물량을 좀 나눠줄까 물었더니, 그는 "예약제라 미리 말해야 한다"며 튕겨냈다. 그때는 그저 자존심인가 싶었는데, 이제 보니 그건 나에 대한 불신이었다. 나의 호의를 '자신을 붙잡기 위한 미끼'로 해석한 것이다.


그는 그곳에 가면 신축 아파트 단지를 맡아 편하게 일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하지만 내가 알아본 바로는 그곳의 현실은 그 형님이 꿈꾸는 파라다이스와 거리가 멀다. 그곳 역시 기존 기득권들이 알짜배기를 쥐고 있을 것이 뻔하고, 굴러온 돌에게 선뜻 좋은 자리를 내줄 리 만무하다. 결국 그가 맡게 될 곳은 남들이 기피하는 지번이거나 효율이 떨어지는 외곽 구역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말리고 싶었지만, 그는 이미 귀를 닫았다. 과거에도 파벌 싸움에 밀려 나왔다는 그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맨몸으로 부딪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안타까움이 들지만, 거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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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자주 생각하고 곱씹으면, 그것이 마음의 성향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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