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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늘 Feb 03. 2019

선생님 저는 우울하지 않은데요?

사실은 괜찮지 않았어 #1

"우울감이 상, 중, 하가 있는데 지금 21점이라 중보다 조금 높아요. 이 정도면 병원 치료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네? 저는 한 번도 제가 우울하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요?


"그러게요. 본인이 직접 작성한 테스트지 결과를 보면 너무 문제가 없네요. 이건 신나서 날아다녀야 하는 사람의 점수인데.”


병원에서 받은 약봉지를 쥐고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우울하다고? 나는 오늘도 주말이라 행복한데? 15년 지기 절친은 매번 행복하다는 내게 ‘스스로 행복하다고 세뇌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쎄.


나는 보기보다 단순해서 행복에 대한 허들이 낮은 편이다. 화장 지우고 침대 위에 눕는 것을 최고로 좋아해서 하루 최소 다섯 시간은 극도로 행복할 수밖에 없다. 요새같이 추운 겨울에는 퇴근하면 바로 전기장판 위에 누워서 ‘이건 너무 행복한 거 아니냐’며 오두방정을 떨곤 한다. 대책 없이 행복한 내 인생을 방해할 수 있는 건 아마 건강밖에 없다. 나는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다른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인간이란 몸만 건강하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그런데 이런 내가 약을 먹어야 한다고? 우울해서?


집에 돌아와서 여느 때처럼 휴대폰을 붙들고 있는데 유독 ‘우울증’이라는 글귀가 눈에 많이 띄었다. 평소라면 별생각 없이 지나쳤을 단어다. 하지만 평생 남 일 같던 이 단어가 몇 시간 전부터 당장 내 일이 되어 버렸다. 하나씩 눌러 보던 나는 우울증을 경험했다는 20대 여성의 영상을 보다가 멈칫했다.


‘끝없는 바다로 가라앉는 것 같고’


세상에, 나는 그 느낌을 정확히 알고 있다. 이런 걸 우울하다고 하는 거였어?


작년 한 해 동안 나는 배신감에 시달렸다. 멀쩡히 모니터를 보다가도 그 기억이 불쑥불쑥 나를 괴롭혔다. 내 몸은 평화로운 사무실 한편에 남아 있는데 심장만 떼어서 심해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이대로 계속 내려가다간 기압이 높아서 터져 버릴 텐데. 언제쯤 위로 올라오는 걸까. 터질 듯 말 듯한 불안 속에서 나는 모니터 앞에 앉아 속으로 되뇌었다. 괜찮아. 괜찮아.



한 번도 그게 우울한 것이라 생각한 적은 없다. 이유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괴롭히는 또렷한 기억이 있고, 그것에서 벗어날 때까지 고통스러운 것뿐이야. 이겨낼 수 있어.


“If you going through hell, keep going.”

(네가 지금 지옥을 걷고 있다면, 계속 가라)


그 무렵 나는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봉사 활동도 나갔다. 지옥 같은 마음의 기억에서 벗어나려 계속 걷고 또 걸었다.


하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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