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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떨림 Nov 01. 2022

자전거를 떠나 보내며…

"자전거야 고마웠어"


며칠전 5년 여간 애용했던 자전거를 중고로 팔았다. 아이들 아빠가 전기자전거를 구매하면서 기존 자전거를 거치할 공간이 협소했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에 자전거를 올리면서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다. 대충 몇장 찍은 사진에 정확한 정보는 커녕 관심있으면 연락주세요 라는 식으로 건성건성 글을 게재했다. '안 팔리면 내가 계속 타야지'라는 마음이 컸다. 


왠지 자전거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내 마음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자전거로 말할 것 같으면 지금으로부터 2018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우리 가족은 중동아시아 쿠웨이트라는 낯선 이국 땅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쿠웨이트 삶을 준비했던 나와 아이들 아빠는 운전면허증의 부재가 가장 큰 과제였다. 쿠웨이트에서는 외국인이 운전면허증을 따기란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다. 면허증 발급 지연의 가장 큰 원인은 느려터진 쿠웨이트 관공서 시스템이었다. 


쿠웨이트 관공서 업무처리 수준은 우리나라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수준이라고 보면된다. 쉽게 말하면 일처리가 매우 느리다. 외국인 운전면혀증을 신청하더라도 발급되기까지 빠르면 3개월~6개월 가량 걸렸다. 


그나마 늦게라도 나오면 다행이었다. 쿠웨이트 정부는 외국인들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지 않기도 했다. 돈 많은 쿠웨이트인들은 가구 당 많게는 (과장해서)10대 적게는 3대 이상의 차를 소유하고 있어서 도로에 차가 넘쳐났다. 그래서 외국인들에게는 일부로 운전면허증을 허가하지 않기도 했다. 


일단 애아빠는 운전면혀증이 발급되기 전까지 차선책으로 자전거를 이용하자고 했다. 그래서 부리나케 자전거 가게로 달려가 편하게 탈만한 자전거를 골랐고 앞, 뒤로 아이를 태울 수 있는 의자를 구매했다.


쿠웨이트에 터를 잡은 우리 가족은  집 앞 가까운 마트에 갈때는 자전거를 이용했다. 주로 아이들 아빠가 아이들과 놀이 개념으로 자전거를 탔다. 아이들은 신이 났고 애아빠는 운동이 됐다.(아주...조..금..)


추가적으로 설명하자면 쿠웨이트 도로 사정은 우리나라처럼 잘 정비돼 있지 않다. 자동차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보니 기본적인 인도는 가다가 끊기는 곳이 많고 자전거 도로는 거의 전무하다. 차도의 상태도 썩 좋진 않다. 도로가 군데군데 파손돼 있거나 모래나 바위 자갈들이 도로 한복판에 널부러져 있기도 했다. 그런 험한 곳을 자전거 타고 다니기에는 매우 위험이 따르긴 하지만 성인은 그나마 타고 다닐만 하다. 하지만 미리 준비해간 (삼둥이표)수레를 타고 돌아다니기에는 도로 사정이 적합하지 않아 수레는 '무용지물'이었다.   


쿠웨이트에서 유용하게 사용한 자전거는 국내에 돌아와서도 잘썼다. 내가 사는 이 곳은 자연이 어우러진 곳으로 특히 자전거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자전거 주행코스가 있다. 비록 나의 자전거는 바구니가 달렸고 자전거에 아이들을 대롱대롱 달고 다녀야 하지만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가 있음에 너무 감사했다. 


특히 작년에는 라이딩을 자주했다. 처음에는 우스꽝스러운 자전거 모습이 매우 낯설었지만 아이들과 라이딩을 하면서 특별한 시간을 공유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았다. 코로나로 어린이집 등원을 하지 않는 셋째와 1시간 가량 자전거 라이딩을 하며 동네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개인적으로 오르막길을 오를때에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고 내리막 길을 신나게 내려갈 때에는 마음이 치유되는 안정감이 느껴졌다. 평탄한 길을 갈 때에는 앞으로 나아가는 기분이 나의 자존감을 회복시켜줬다. 


아이들 아빠도 아이들과 함께 라이딩하는 시간을 즐겼다. 자전거 라이딩은 어느새 우리 가족을 힐링 시켜주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세 아이들과 아빠의 즐거운 자전거 라이딩 시간


세 아이들과 아빠의 즐거운 자전거 라이딩 시간


하지만 날씨도 추워지고 다른 일에 전념하느라 점점 라이딩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아이들 아빠가 전기자전거를 사면서 기존 자전거와는 더이상 함께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팔까말까 고민도 했다. 당근 마켓에 올리는 것도 고민스러웠지만 파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최근 기름값도 비싸지고 물가도 천정부지 오르며 경제가 불안하다 보니 중고 시장 고객들의 자전거에 대한 관심은 매우 컸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 채팅에 답하지 못해서 놓친 고객들이 2~3명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전거에 대한 문의는 빗발쳤다. 


그러다 결국 자전거 거래가 성사가 됐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여성분과 아버지가 함께 차를 타고 왔다. 주로 아버지가 운동할때 쓰실거라며 내가 있는 곳에서 부터 10~15 km나 떨어진 곳까지 직접 자전거를 끌고 가셨다. 


다행히 좋은 주인에게 간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자전거가 팔렸다는 소식을 접한 애아빠는 매우 아쉬워했다. 


마치 키우던 동물을 떠나보낸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쿠웨이트에서 정말 요긴하게 사용한 만큼 정이 들었나보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 먼지만 쌓인채 멈춰 있기 보단 그 자전거를 더 필요로한 가족에게 넘긴 건 참 잘한 것 같다. 


"좋은 주인 만나서 더 다양한 세상을 누리고 다녀!! 자전거야~ 고마웠어"


둘쨰, 셋째아이 태우고 자전거 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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