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인터뷰이: 본인, 질문: 인터뷰를 시작하게 된 이유

by ㅁㅇㅈ

가깝지만 가깝지 않은 사람

회사 내 조직이 개편되고, 일명 ‘친해지길 바라’ 점심 매칭이 한 번 있었다. 짜여진 조에는 익숙한 이름과 얼굴도 모르는 낯선 이름도 있었다. 나를 포함 총 네 명이었다. 그렇게 날짜를 정하고 점심 장소로 향하는 길에, 난 자연히 처음 본 B에게 시선이 갔다.

어디에 사는 지, 회사까진 얼마나 걸리는지 묻다가 B에게 일종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았다.

“아, (B를 제외한) 저희는 다 아는 사이거든요.”

근데 K가 말했다.

“잘 몰라요.”


그의 말대로 이미 알고 있는 사이지만, 나도 그에 대해 잘 몰랐다. 무심하게 던진 말인 것 같았는데 꽤나 큰 파장으로 다가왔다. K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다.

또, 점심을 먹다 들은 B의 이야기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먼저, B는 양말을 정말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일 입을 옷에 양말을 코디하는 것이 아니라, 신고 싶은 양말에 맞춰 입을 옷을 정하고, 좋아하는 양말 브랜드도 있었다. 한 켤레에 만 원이 조금 넘기도 하는 꽤 고가의 브랜드인데, 놀라운 대목은 지금부터. 그 양말을 무려 100켤레나 사서, 동네 이웃집 문 앞에 붙여 선물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친구 100명한테도 선물하기 어려운데, 일면식도 없는 이웃 100명한테 양말을 선물하다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 양말 브랜드로 이직하는 것이냐 물었다. B는 그냥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본인의 행복을 기꺼이 사람들과 함께 나눈 그 의미가 얼마나 값질지 단번에 헤아려지지 않았다.


같은 조직 내에 있지만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가깝지 않은 이웃들. 거리만큼이나 가까워진다면 우리에겐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닮고 싶어서

1년 육아휴직 끝에 동료 L이 돌아왔다. 입사 때부터 죽 함께 했던 것 같은데 그만큼 시간을 보내지 못했고, 어깨너머 지켜봤던 사람이었다. 잠시 동안의 안녕이었지만, 왜 그렇게 아쉬웠는지 모르겠다. 그 생각도 잠시,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 흘렀고 L이 다시 돌아왔다. 1년 만의 복귀라 정신없을 와중에도 빠르게 공백기를 채워나갔다.


그러다 L과 같이 밥을 먹다가 회사에서 모집 중인 '30일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원래는 100일 동안 한 가지를 정해 매일매일 하는 프로젝트인데, 포맷은 그대로고 기한을 한 달로 줄여 시범적으로 하는 프로젝트였다.


기존 100일 프로젝트 때부터 흥미롭게 보아왔는데 L은 인터뷰를 할 거라고 했다. 그는 이미 책을 낸 경험이 있었고, 사람과 이야기 나눈 것을 엮어 기회가 되면 출간도 하고 싶다고 했다. 원래 닮고 싶은 사람을 닮으려면 따라 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원래도 관심 있던 프로젝트를 L이 한다니까 구미가 확 당겼다.


시작해도 좋은 때

오후 해가 바야흐로 뉘엿거리기 시작할 때를 좋아한다. 계절은 봄. 날씨는 맑은 날 다음으로 눈이 펑펑 내리는 것을 좋아한다. 당근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 쇼윈도 있는 카페에 가면 당근 케이크가 있는지부터 살핀다.


지금은 좋아하는 것이 뚜렷해졌지만, 처음에는 취향이랄 게 없어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도, 시작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웠다. 그래서 실패를 줄이려고 이유부터 찾으려고 했다. 이를테면 무엇을 하게 된 계기나 해야 하는 이유,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 같은 것. 새로운 취미를 찾을 때에도 정당함을 찾으려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결정이 쉽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이러한 셈의 과정을 거친 탓이었을 지도.


참 생각이 많고, 예열이 긴 사람이다.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고, 행동으로 옮겼으면 지루하게 느껴지는 내 시간들이 훨씬 더 풍요로워졌을까. 긴 시간 끝에 예열을 끝냈다. 이제 막 적당한 온도가 되었고, 때마침 좋은 사람들을 만난 덕에 내 잔잔한 일상에 돌멩이를 어디 한번, 던져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