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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op을 듣지 않던 내가 J-pop을 듣고 있다

tube - season in the sun

by 메이

난 여름을 좋아한다.

여름이 다가오는 것이 너무 설렜는데, 올해는 여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여름이 싫어서가 아니라, 지금의 내가 여름을 충분히 즐길만한 시간적, 심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점사를 믿지 않던 내가 점사를 보게 되었다.

자세하게 말은 못하겠지만,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힘들 수 밖에 없는 시기라고 하는 말은 공통적이었다.

차라리 이렇게 말을 들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힘들 수 밖에 없는 이 시기를, 이 파도를 잘 타는 수 밖에 없구나'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성이 그런 탓인지 난 또 아등바등 살려고 하고 있다.

인생은 바다와 같아서 거센 파도가 칠 때도 있고, 잔잔한 수면이 찾아올 때가 있다고 하지만 난 잔잔함을 거부하는 천성이라고 한다. 이 또한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새로운 곳에 입사를 하고 나서, 원인을 모를 두통때문에 타이레놀을 달고 살고 있다.

병원에 가서 맥을 짚었더니 지금 내 기 자체가 고3 수험생과 똑같다고 한다.

차라리 이렇게 말을 들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힘들구나' 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근데 참 속상하게 가족과 함께 보낸 주말동안 난 가족에게 충분히 집중하지 못했다.

동생은 내가 온다며 본인이 여수 여행에 가서 먹은 게장을 엄마에게 말했고, 엄마는 게장을 주문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가 간장게장을 발라 주었다.

아빠는 내가 온다고 문어숙회와 새우살을 준비했고, 우리는 저녁으로 먹었다.

엄마는 나에게 삼계탕을 꼭 해주고 싶었다며, 엄마표 삼계탕을 만들어 주었다.

동생은 나와 함께 돌아 다니며 즐거운 아이쇼핑을 하고, 이런 저런 얘기들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나는 머리가 너무 아팠고, 잠이 미친듯이 쏟아졌고, 불안정한 마음 탓에 관련된 글들을 보느라 바빴다.

한 마디로 힘듦을 인정하기로 했지만,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 피하고 있었다.


힘든 나를 마주하는 것.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며 더 힘든 날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그럼과 동시에 '얼마나 더 힘들라고?'라는 반발심이 든다.

이 힘듦이 지나고 나면 달콤한 수박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을 해볼까?

음..아냐 여행을 떠나야겠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곳으로 훌쩍 가볼까?

일단 지금을 잘 버텨내보자. 스스로 달래본다. 이게 먼저일 거 같아.


J-pop을 듣지 않던 내가 'tube'의 'season in the sun'을 한 곡 반복 하고 있다.

일본어를 몰라서 가사는 잘 몰랐는데 이 글을 적으며 해석을 찾아보았다.


'여름아 도망가지 말아줘. 조금 더 이대로 있고 싶어'


이 가사가 왜이리 맘에 드는지 모르겠다.


여름이 도망가지 말아줘.

뜨거운 여름에 맞이한 이 힘든 시기를 잘 보낼테니, 뜨거운 태양으로 날 맞아줘.

그럼 그 때 조금 더 이대로 있고 싶다며 너에게 말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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