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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Sep 09. 2021

기다림,왜 이리 어려울까?

© kellysikkema, 출처 Unsplash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이 깨기 전에 잠깐 산책을 했다.

아파트 뒤에 바로 산이 있어 아파트 단지만 한 바퀴 돌아도 꽤 괜찮은 산책코스다. 풀벌레 소리가 산책길을 가득 메웠다. 가끔 보태는 새들의 지저귐이 한없이 평화로웠다.


아침에 산책할 때마다 자주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 그분은 항상 강아지와 함께 나온다. 하얀 털이 솜사탕처럼 몽실몽실하고 둥글게 잘 정리된 머리가 인상적인 강아지다.

그분은 산책길을 걷는 시간보다 멈춰서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강아지가 앞으로는 안 가고 두리번거리며 주변 탐색에만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인은 목줄을 당기거나, 앞으로 가기를 재촉하지 않았다. 강아지의 목줄은 늘어질 수 있는 만큼 늘어나 자유롭게 탐색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강아지는 그 길을 꼼꼼히 천천히 살피며 걸었다. 주인은 그저 기다려 줄 뿐이었다.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 주기...’

많이 들어 본 말이다. 많이 생각했던 말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한 번쯤을 들어 본 말. 기다림.

육아 서적에 항상 나오는 말이고, 관련 강의를 듣거나 볼 때면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이야기다.

아이들을 믿고, 지켜봐 주라고, 기다려 주라고.

이론은 수없이 들어 알고는 있지만, 참 잘 안 되는 ‘기다림’.


내 아이가 천재로 보였던 건 딱 4살 때까지였던 것 같다. 아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다른 아이들과 비교가 되었고,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으면서부터 냉정하게 아이를 보게 됐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아이를 다그치고 재촉하고 앞으로 반듯하게 걷기를 바랐다. 물론, 육아 서적도 보고, 영상도 보면서 그러면 안 된다는 걸 배웠고, 실천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매일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엄마의 욕심을 빼려고 해도 다 뺄 수는 없었다. 그러니 책에서 일러주는 대로 아이를 키우는 건 잘 안 됐다. 그래도 배우고 키우는 거와 그냥 키우는 건 조금 다르긴 했다. 배움은 스멀스멀 올라오는 욕심을 눌러주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육아 서적을 너무 멀리했던가?

요즘, 저녁을 먹고 나서 잠들기 전까지 아이들과 전쟁을 치른다. 10시 전까지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게 내 바람이다. 나는 괜히 마음이 조급해져 재촉하는데, 아이들은 엄마가 그러거나 말거나 한없이 여유를 부린다. 내 목소리는 자동으로 커지고, 아이들도 적잖이 짜증을 부린다. 그러고 나면 바로 후회하면서도 하루하루가 똑같다.

아, 기다림... 왜 이리 어려울까?   


강아지 주인은 길게 늘어난 끈 뒤에서 호기심이 가득한 강아지의 뒷모습을 사랑스럽게 지켜보았다. 동네 구석구석의 탐색을 마친 강아지는 주인을 끌어 가벼운 걸음으로 앞장서 갔다.


오늘은 강아지 주인을 보면서, 진하게 반성을 해본다.

그래, 기다려 줘야지.

기다려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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