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신기해하며 감탄을 했다. 별에 많은 관심이 있어 공부하는 분들이 분명했다. 어려운 이름 이야기도 하고, 질문도 많이 했다.
별에 큰 관심 없던 우리 부부는 주위 사람들 눈치를 보며 작게 감탄을 했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오히려 예준이가 우리보다 더 잘 알아듣는 것 같았다.
천문대에서 돌아오면서 어땠었냐고 서로 물었다.
"잘 모르겠던데. 내가 본 게 별이 맞는 건지, 아닌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
"오~역시, 나만 그런 거 아니었지?"
"역시 별은 멀리서 봐야 제맛이지."
그래서 우린, 별은 자세히 안 보고 멀리서 보기로 했다.
30년 넘게 써 온 안경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도 일상생활에서는 벗기가 힘들다. 안경을 벗으면 10cm 떨어진 것도 죄다 뭉개져서 보이니까.
중학교 때는 이런 적도 있다.
엄마는 일요일 새벽이면 목욕탕 가야 한다고 6시도 안 돼서 깨웠다. 새벽에 가야 사람이 별로 없어 물이 깨끗하다고 하셨다. 그렇게 잠이 덜 깬 채로 투덜거리며 집 앞에 있는 '대종탕'에 갔다. 역시 엄마의 계산은 맞았다. 사람이 별로 없어 가장 인기 많은 구석에 자리를 잡고 쪼그려 앉아서 때를 밀었다. 물론 안경은 밖에 벗고 왔다. 보이는 것이 없으니 상당히 과감하게 때를 빡빡 밀었다. 일주일마다 가는데 때는 왜 이리 많이 나오는지. 때 미는 재미에 잠이 확 달아났다.
다음 날, 학교에서 친구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야, 너 어제 내가 계속 손 흔들었는데, 왜 못 본척했어?"
"어제? 언제? 나 집에만 있었는데."
"너 어제 대종탕 안 갔어? 때 엄청 빡빡 밀더만."
"아, 안 갔어. 나 아닐걸?"
헐, 물론 나였다. 하지만 그때는 나이고 싶지 않았다. 그 후로 난 목욕탕에서도 안경을 벗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