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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an 13. 2024

부전자전

유튜브 먹방을 즐겨보는 둘째 아들이 언젠가부터 양념 게장을 먹어 보고 싶다고 했다.

친정 엄마가 주신 꽃게가 냉동실에 있어서 해동을 시켜 양념 게장을 생전 처음 만들어 보았다.

아들은 양념 맛을 보더니 맛있다며 게살과 밥을 비벼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비닐장갑을 끼고  게 살을 쭉쭉 짜줬다.

아들은 양념 게살을 밥에 쓱쓱 비벼서 김가루를 뿌려 두 그릇을 먹었다.

이렇게 잘 먹을 줄이야!


다음날 아들은 또 양념 게장에 밥 비벼 먹고 싶다고 했다.


난 비닐장갑을 끼고 아들 밥 위에 게살을 짜주고 있었다.  




아들과 난 뭐 나쁜 일이라도 하다가 걸린 것처럼 뜨끔 놀랐다.

남편은 아들이 혼자 먹을 수 있게 알려줘야지

직접 짜주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게장이 먹기가 번거로워서 좀 도와준 건데,

그렇게까지 말할 일인가 싶었지만 양념 게장 살 짜주는  멈췄다.




아들이 젓가락으로 헤집어 놓고,

생선 가시를 발라서 여기저기 묻혀 놓을까 봐

내가 비닐장갑을 끼고 살만 발라주고 있었다.

이번엔 첫째 아들이 한 소리 했다.

남편이 게장 얘기할 때 들었었나? 분명히 그날 학원 가서 집에 없었던 것 같은데...

아들은 남편이 얘기한 억양과 똑같이 말했다.

와... 이 무서운 유전자.


부자가 이렇게 똑같을 수가.

앞으로 물고기는 각자 잡는 걸로 하자!






오늘 물고기 잡는 법을 아는 아들과

물고기 먹을 줄을 아는 아들이

일주일 동안 해남 할머니 댁에 놀러 갔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6시 50분 기차를 타고 목포로 향했다.

아들들 둘이 떠나는 첫 여행이다.  

잘 지내다 오길!

아싸 나도 방학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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