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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 미 Jan 12. 2017

당신이 지나치지 않길 바라는 곳

떠나지 못하고 제주를 헤매는 어떤 이야기_구좌읍 하도리

"서귀포에 살았었어요"를 제목이 어떻든 간에 좋게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제가 너무나도 애정 하고, 이미 너무 유명한 마을에서 표류 중이라 그 내용을 함께 하려고 합니다. 재미는 없습니다. '혼자 걷고 먹고 자고 보고 쓰고' 가 전부이기 때문이네요. 정보는 조금 넣었습니다.




서귀포를 떠나오면서 제주에서 내가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은 어디였는지를 생각해봤다. '어디든 좋지' 라면서도 이 겨울, 강풍으로 인해 협재 해수욕장 앞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카메라 날아갈까 봐 걱정했던 어느 겨울의 제주가 생각나서였다.


'괜찮아. 그래도 떠나보자. 어디든 제주가 날 미워하지만 않으면 하루 몇 시간만 따뜻하고 하루 몇 시간만 잔잔하게 바람 불어주면 어디든 못 가겠니.'


2015년 여름, 무작정 떠나온 제주 여행은 세화리에서 시작해 세화리에서 끝났다. 세화리에서 해맞이해안로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보게 된 곳이 하도해변이었다. 성수기인 여름이었고 황우지해안, 협재해수욕장, 금능으뜸해변, 쇠소깍 어디든 사람들이 넘쳐났고 물놀이 한 번 하려면 그 인파들 속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갈팡질팡 할 수밖에 없었다. 차량은 차량대로 구겨서 마구 주머니에 넣고 싶을 만큼 주차대란도 심각했다.

그러던 중 무작정 멈춰 서게 만들었던 해변. 인적이 드물었고 주변은 마치 딴 세상에 온 것처럼 고요했던 해변.

타임리스가 있다면 갑자기 저 공간에서 이 공간으로 뚫고 들어가면서 생긴 고요함인 듯했다. 신기한 우리는 그곳에 내렸고 동행자는 맘껏 스노클링을 했다.

이 해변이 하도 해변이라는 건 나중에 안 사실이다. 동행자는 바닷속을 나는 바다 주변을 하릴없이 배회했다. 위쪽으론 가깝게 세화 해변과 카페들이 있고 아래로 내려가는 방향으론 종달리와 성산 쪽으로 갈 수 있는 그 중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하도에서의 기억으로, 이 방랑의 첫 마을로 그곳을 선택했다.

당시 여름 하도를 지나치면서 잠시 머물러 바다를 본 것이 전부여서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고 세화에서의 기억이 좋아 이 곳을 다시 오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곤 그때 당시의 내가 정리한 제주의 포스팅을 보면서 새삼 내가 이 곳을 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세화에서 하도에서, 나는 여행이 보여줄 수 있는 상상초월의 부지런함에 대해 생각했고 소박함에도 눈길을 돌리게 해주는 여행을 예찬했다. 그러므로서 일상을 이토록 특별히 여길 수 있다면 사람들이 행복이란 것을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는... ....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지금의 나는 지난 시간 서귀포에 지내면서 일상을 여행처럼 살지 못한, 그 그리움으로 떠돌면서 여행을 일상처럼은 아주 잘 실천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니 반쪽 같은 행복처럼 느껴져도 이 시간이 오래 간직되고 오래 추억되길 바란다.


하도리에서 유명한 건(?) 조용한 마을, 해안로 그리고 별방진, 하도 철새도래지다. 곳곳마다 해녀가 많이 산다는 것으로 제주가 유명하다지만 하도와 세화에는 해녀박물관이 있을 정도로 해녀가 유명하다고 한다.

더 숙박을 잡기가 어려워 2박을 결정한 하도 바다 앞 게스트하우스는 조용히 1~2인이 묵기 적당한 곳이었다. 밥은 세화리에서 먹고, 커피는 하도리에서 마셨다. 그렇게 하도를 만나고 왔다. 하도리는 많이 넓지는 않으나 생각보다 걸어다니기에는 불편할 수 있는 동선이 있다. 세화쪽으로 나가면 카페, 밥집, 치맥바 등 있을 건 다 있고 세화 마을 안에 버스 정류장 근처에는 빨래방과 다른 편의시설도 있지만 사람들이 덜 붐비는 곳으로 가자고 한다면 차량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하도리 1091이나 비 어라운드 카페 같은 경우 차량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


강풍, 풍랑주의보였던 날이었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 창이 큰 내 방에선 태풍에 버금가는 바람소리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하더라도 이 곳에 오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감정 덕분에 그렇게 3일을 보냈다.


제주 토끼섬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며 하도리, 상도리로 구분되어 있다. 토끼섬은 제주도 구좌읍 문주란 자생지로 문주란은 천연기념물 제 19호 지정되어 있다. 그리고 별방진. 바닷가 앞에 쌓아 올려진 높은 벽은 외세의 침입을 맞고자 제주 돌로 쌓은 곳이다. 역시 제주도 기념물 제24호로 지정되어 있다.

문주란 : 토끼섬에서만 자라는 꽃으로 7-9월 흰색 꽃이 핀다. 밤에 활짝 피는 꽃이며 향기가 강하게 난다. 하얗고 얇은 꽃잎이 서로를 버티듯이 둥글게 엮인 모습을 하고 있다.




머물었던 곳에 대해 조금의 정보를 남깁니다. 하도리와 세화리를 통틀어 먹고, 자고, 걷고 할 수 있도록 해 준 곳들을 잠깐 소개합니다. 전부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가지 않은 곳은 쓰지 않았습니다. 사진은 기록용이라 없는 사진도 있으며 실제가 더 감동적일 수 있습니다.


1. 폴레폴레 게스트하우스 : 1~2인실, 조식포함

조용한 곳이다. 바람만 거세지 않다면 바다도 돌담도 방 안에서 다 보이는 한적한 곳이다. 마을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카페가 있고 해안가로 나가 걸으면 망고쥬스를 먹을 수 있고 해물칼국수집도 있다. 주변에 새로 생긴 펜션 단지 내에 편의점도 있어 며칠 조용히 머물기엔 적당한 곳이다.


2. 달잠키친 : 혼밥하기 좋은 곳 , 흑돼지덮밥 / 돌문어덮밥 / 크림생맥주

이미 유명한 곳이다. 세화 마을 안쪽에 있고 숙박을 같이 할 수 있는 곳이다. 불맛과 매콤한 것을 원한다면 돌문어덮밥을 담백하면서도 고기 육질의 맛과 밥을 먹고 싶다면 흑돼지덮밥을 먹으면 된다. 조금 출출해 밥이 땡기지 않는다면 한라봉피자도 이 집의 베스트메뉴 중 하나다. 피맥.

3. 알로하도 : 이탈리안 식당, 새우 루꼴라 파스타 / 뱅쇼

음식 메뉴는 내가 먹어본 것들만 일단 적어본다. 큰 새우 하나와 칵테일 새우를 마늘과 함께 올리브 오일로 만든 파스타. 한쪽에 쌓아둔 루꼴라가 기름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고 새우는 담백하고 전체 베이스는 기분 좋은 아주 조금 매콤한 올리브 오일. 바다 조망에 분위기 깡패인 이 곳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

4. 벨롱 카페 : 커피

알로하도 바로 길 건너편에 있다. 지난여름 뜨거운 햇살을 피해 들어갔던 곳이고 넓은 창으로 일렁이는 파도를 보기에 좋은 곳이다. 지금은 앞에 공사 중인 건물이 있어서 그 조망이 유지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5. 커피곰여행자 : 커피, 당근케익, 당근쥬스

폴레폴레 게스트 하우스에서 마을 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아기자기한 카페.


6. 별방진 : 성벽길 안쪽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다. 성벽 바깥은 하도라는 글씨를 크게 만들어 놓은 조형물이 있어 사진 찍기 좋다. 밤에 별방진 근처를 산책하다 보면 왠지 더 별이 쏟아지는 묘한 느낌이 있다.


7. 폴레폴레 게스트하우스에서 해안가로 나오면 해물칼국수집이 있고 리치망고 하도점이 있다.


8. 비어라운드(be around) 카페 : 커피, 당근케익, 당근주스 등

조용한 카페가 필요했다. 작고 아기자기한 카페에서 주인과 맞닥뜨리는 시간이 많을 수록 노트북의 열기만큼 내 얼굴도 붉어지기 때문이다. 때마침 찾은 이 곳은 비젠빌리지라는 곳 안에 있는 카페이고 근처 호주식 레스토랑이 하도테이블도 있고 숙박도 되는 단지였다. 두 층으로 나뉘어진 카페는 창 밖으로 당근밭과 무밭의 초록물결이 일렁거리고 햇살이 따뜻했고 무엇보다 컸다. 주인과 맞닥뜨리지 않고 혼자 시간을 죽일 수 있는 곳. 입구에 그 유명한 하도리1091 식당이 있다.



돌아다니다 지치셨다면 언제 쉬어보겠냐는 생각이 든다면, 바다를 지겹도록 보고 싶다면. 하도리가 적당하다.

이 여행이 끝나고 다시 또 왔을 때 사실 바람이 있다면 지금처럼만 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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