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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ting city Jun 16. 2019

안부와 농담과 안도

2018년 8월 - 『잘돼가? 무엇이든』

<미쓰 홍당무>(2008), <비밀은 없다>(2015)를 통해 독특한 상상력,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 기발한 연출로 주목받은 영화감독 이경미가 에세이집 『잘돼가? 무엇이든』을 출간했다. 그동안 이경미 감독의 글을 만나 웃기도, 울기도 했던 사람에게는 더욱 반가운 책이다. 책에는 세밀하고 탄탄한,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영화감독의 일상과 고민, 솔직한 일기와 뜻밖의 비꼬기, 여성 감독으로서의 삶에 대한 고찰, 가족의 이야기, 사랑 등등 여러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떤 실패, 목표하던 것이 지연될 때의 조급함, 사랑에 실패했거나 이제 막 사랑을 시작했을 때의 미묘한 마음, 가족에 대한 설명하기 힘든 마음들… 감독의 회고와 일상을 곱씹다 보면 어떤 이의 일생을 담은 영화 한 편이 펼쳐진다. 유쾌한 휴먼 드라마인 것 같다가도 장르를 넘어서는 장면을 만날 때의 희열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경미는 ‘채널 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이다 보니까 그림을 상상하면서 쓰는 버릇이 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듯이, 인물의 감정 속으로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눈물병」에서 ‘완연한 가을바람이 후드득’이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영화 속 인서트처럼 읽혔으면 했다. 내 버릇인 것 같다.” 


무더운 여름밤, 너무 지쳐 스릴러도, 멜로도, SF나 느와르도 그 무엇도 이 권태로운 마음과 흘러내리는 땀을 식혀줄 수 없다고 생각할 때에 이 책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잘돼가? 무엇이든” 묻는 농담이, 그리고 안부가 여기에 있다.


잘돼가? 무엇이든

지은이 이경미

출간 정보 arte / 201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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