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라는 '소용없어 거짓말’, 우리는 왜 매혹되는가?

드라마 『소용없어 거짓말』로 본 ‘AI 환각’ 시대의 신뢰 문제

by 김형수

최근 흥미롭게 본 드라마가 있습니다. 2023년 tvN에서 방영된 『소용없어 거짓말(My Lovely Liar)』은 타인의 거짓말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라이어 헌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흔히 ‘거짓말 없는 세상’을 꿈꾸지만, 이 드라마는 역설적으로 그 능력이 ‘저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주인공 김소현(목솔희 역)은 누구도 온전히 믿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인간관계란 때로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의 체면과 감정을 배려하는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완충재 위에서 위태롭게 성립되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현재의 ‘인공지능(AI)’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하는 AI 도구들이 인간처럼 감정적이거나 편파적이지 않고,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한 ‘진실’만을 전달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어쩌면 우리는 AI를 우리 시대의 ‘라이어 헌터’로 여기고 싶어 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완벽할 것 같았던 ‘라이어 헌터’가 너무나도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기이한 상황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AI의 ‘환각’, 그 매혹적인 거짓말


2025년 글로벌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에 따르면, AI의 환각(Hallucination) 위험에 대해 77%의 기업이 상당한 수준의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합니다. AI가 실제 데이터에 근거하지 않거나 완전히 조작된 정보를 마치 ‘진짜’인 것처럼 그럴듯하게 생성하는 현상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거짓말과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인간의 거짓말에는 '의도'가 존재합니다. 진실을 알면서도 그것을 숨기거나 왜곡하려는 의식적인 선택인 것입니다. 그래서 드라마 속 주인공은 거짓말에 숨겨진 미세한 '의도'의 파동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의 '환각'에는 의도가 없습니다. AI는 애초에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그저 학습한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통계적으로 가장 '그럴듯하게' 연결될 단어와 문장을 확률적으로 조합해 내놓을 뿐입니다. AI에게 중요한 것은 '참'과 '거짓'이 아니라, 오직 '더 자연스러운가'와 '덜 자연스러운가'의 문제입니다.


바로 여기에 위험이 있습니다. AI는 죄책감이나 망설임 없이, 정제된 문장과 전문가다운 어투로 ‘거짓’을 ‘사실’처럼 답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매끈하게 포장된 답변 앞에서 너무 쉽게 속아 넘어갈 수 있습니다.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와 영상으로 확장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존재하지 않는 인물의 사진부터 우리가 한 적 없는 말을 우리 목소리로 담은 딥페이크 영상까지, AI는 ‘진실의 원본’ 자체가 없는 거짓을 대량으로 만들어냅니다.


다시, ‘인간’이라는 필터를 통해


드라마를 보면, ‘거짓말을 들을 수 있는’ 초능력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신뢰’입니다. 목솔희는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김도하(황민현 역)를 만나, 진실을 확인하는 능력(팩트체크)이 아닌 마음으로 믿어주는 선택(신뢰)을 통해 관계를 맺어갑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비슷한 질문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AI라는 완벽해 보이는 ‘라이어 헌터’를 손에 넣은 듯하지만, 오히려 이 헌터 자체가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점점 깨닫고 있습니다. AI가 내놓는 무수한 결과물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믿음을 결정해야 할까요?


AI가 생성한 결과물의 ‘참’과 ‘거짓’을 구별하고 그 의미를 판단하는 최종 책임은 우리, 즉 ‘인간’에게 있습니다. AI는 방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정리하는 훌륭한 협력자가 될 수 있지만, 결코 ‘진실’을 판독하는 최종 심판관이 될 수는 없습니다.


AI의 ‘환각’이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우리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인간의 비판적 사유’라는 필터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AI가 아무리 그럴듯한 답을 내놓아도, 그것이 정말 쓸모 있는 진실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우리의 주체적인 판단력이 없다면, AI는 드라마 제목처럼 그저 ‘소용없어 거짓말’을 반복하는 매혹적인 기계에 불과할 뿐입니다.

https://tvn.cjenm.com: 공식 포스터

https://contents.premium.naver.com/memodemo/knowledge/contents/251028001231804hr


작가의 이전글AI가 약속한 ‘효율성’, 우리는 괜찮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