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 AI 시대의 질문
2025년 12월, ‘성인용 ChatGPT’가 출시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AI인 ‘그록(Grok)’이 별다른 제약 없이 성인용 콘텐츠를 생성해 논란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에게 AI의 ‘환각(Hallucination)’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합니다. 과연 AI는 ‘예술적 누드’와 ‘포르노그래피’를 구분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단순히 기술적 필터나 정책 가이드라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AI가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비판적 ‘관점’을 가질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사실 이 질문은 우리에게도 오랫동안 뜨거운 논쟁거리였습니다. ‘예술’과 ‘외설’을 가르는 경계는 단 한 번도 명확하게 그어진 적이 없으며, 시대와 문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 왔습니다.
사진작가 헬무트 뉴튼(Helmut Newton)의 사례는 이 경계가 얼마나 가변적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사진작가 중 한 명인 그는 도발적이고 관능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통해 ‘보는 행위’ 이면에 숨겨진 권력과 욕망의 구조를 사진 프레임에 담았습니다. 그의 사진은 여성 신체의 노출이 아니라, 그 시선이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 자체를 보여주는 비평적 예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이 모든 문화권에서 동일하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닙니다. 공개된 전시 기록에 따르면, 그의 작업은 1970년대 서구에서 상업용 패션 사진을 넘어 ‘작가적 사진’으로 수용되기 시작했습니다. 1975년 암스테르담에서 그의 패션 사진이 본격적으로 소개되었고, 1980년대에 들어서자 파리와 뉴욕의 주요 사진 기관들은 그를 패션 사진가가 아닌 ‘이미지의 구조를 탐구하는 작가’로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그가 한국에서 패션과 누드를 주제로 미술관 규모로 본격 소개된 것은 2004년 조선일보미술관 전시가 거의 처음으로 기억됩니다. 이 20년에서 30년에 이르는 시차는 무엇을 ‘예술’로 받아들이는지가 기술이 아닌 문화적 합의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의 생성형 AI 시스템에서는 헬무트 뉴튼 스타일의 사진이 예술적 맥락이 검토되기도 전에 정책 필터에 먼저 걸리는 이미지로 처리됩니다. AI는 이미지의 시각적 특징, 즉 ‘관능’이라는 키워드를 분류할 수 있지만, 그 관능이 ‘권력과 응시의 구조를 비판하기 위한 장치’였는지와 같은 작가의 ‘의도’까지는 판별하지 못합니다.
이는 이미지 영역을 넘어 언어(LLM)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AI는 D.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의 문학적 맥락보다는 그 안에 포함된 성적인 '키워드'에 먼저 반응하여 답변을 거부하곤 합니다. AI에게 누드와 포르노, 문학적 소설과 외설적 텍스트는 모두 단지 ‘데이터’일 뿐입니다. AI는 인간이 느끼는 ‘감정적 경계’나 ‘미학적 합의’가 아니라, ‘정책적 금지어’와 ‘특정 픽셀 또는 단어의 확률’이라는 기계적 규칙에 따라 세상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최근 등장한 ‘성인용 AI’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상업적 목적으로 규제를 완화한 것일 뿐, AI가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AI가 예술과 포르노를 구분하는 ‘관점’을 획득한 것이 아니라, 그 둘을 모두 허용하는 ‘격리된 공간’이 하나 더 생긴 것에 불과합니다.
AI가 이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기술적 한계라기보다 감정을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AI는 인간의 ‘부끄러움’, ‘존엄’, 그리고 ‘타인의 시선을 받는 불편함’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없습니다. 감정이 부재한 세계에서 이미지도 텍스트도 언제나 차가운 픽셀과 단어의 집합일 뿐입니다.
AI가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는 지금, 우리는 역설적으로 ‘왜 우리는 그것을 구분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AI라는 거울 앞에 서서야 비로소 우리는 예술의 가치가 단순한 표면적 자극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의도와 감정, 그리고 시대적 맥락에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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